영암 일가족 참변, 가족문화 되짚는 계기돼야
2023년 09월 19일(화) 00:00
영암의 한 농가에서 50대 가장이 부인과 장애 아들 3명 등 4명을 살해한 후 자신도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3월 담양 ‘세모녀 사건’, 5월 완도 일가족 사망 사건에 이어 또다시 ‘일가족 참사’가 빚어지자 일그러진 가족주의 문화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영암군 영암읍의 한 농가에서 일가족 5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가장 A(59)씨와 아내 B(56)씨, 20대 자녀 3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가장 A씨가 일가족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이른바 ‘가족 살해’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인근 마을에 사는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경찰 조사를 앞둔 A씨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A씨에 의해 숨진 가족들은 평소 장애 때문에 사실상 독립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졌다. 숨진 20대 3명은 등록장애인으로, 한 명은 거동을 못하는 상태이고, 2명은 정신 연령이 초등학교 수준에 미달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성범죄로 처벌받을 것을 우려한 A씨가 ‘독립 생활’이 힘든 이들을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암 일가족 참변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가족문화를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모든 가족 구성원은 개별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하지만 4억 원의 사기를 당한 후 두 딸과 함께 목숨을 끊은 ‘담양 세모녀 사건’이나 완도군 송곡항 앞바다에서 부모와 함께 숨진 조유나양 사건은 그릇된 ‘가족주의’가 낳은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모라도 자식의 목숨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왜곡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아울러 생활고나 장애인 가족을 돌보다 지친 이들은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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