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한 일상 리추얼- 정유진 코리아컨설트 대표
2023년 06월 12일(월) 00:00 가가
근래 빠트리지 않고 하는 아침 루틴(routine)이 하나 생겼다. 등교하는 아이의 밥을 지어 주기 위해 부엌에 들어서며 제일 먼저 차를 우리는 일이다. 어제는 작년의 햇차였던 남은 우전을 탈탈 털어 우려 마시며 올해 햇차를 마실 생각에 마음이 설ㄹㅔㅆ다. 사실 차를 우리는 일은 매우 간단하다. 그 연하고 고운 찻잎을 작은 찻주전자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2분 정도 기다리면 맛있는 차가 완성된다. 하지만 늘 맛있는 차를 우리기란 쉽지 않다. 때로는 그 2분이 조급한 마음에선 더디게 가고 잠시 한눈을 팔거나 하면 낭패를 보고 마는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공들여 다관에 우린 차를 숙우에 따른 뒤 손가락 세개가 들어갈 만한 아주 작은 찻잔에 따른다. 하얀 백자 잔에 연두 빛이 슬쩍 감도는 차를 들여다 본다. 코끝에 찻잔을 대고 그윽한 향과 함께 한 모금의 차를 들여 마시면 모든 일이 잘 될 거란 신묘한 주문에 걸린 것처럼 편안한 마음이 차오른다.
보통은 그렇게 부엌 조리대에 서서 첫 잔을 마시고 나면 서둘러 밥을 짓거나 국수를 삶아 중2병에 (살짝) 걸린 아들의 밥상을 차리기 시작한다. 차는 계속해서 마신다. 밥을 짓는 동안에도 소꿉장난에나 어울릴 만한 작은 찻잔에 여러 번 차를 따라 마시고 마침내 밥상이 다 차려질 무렵 아이 자리 맞은편에 아침 차 자리를 마련한다.
이렇게 차를 우리고 마시는 모든 시간은 30분에서 길게는 40분 가량 되는데 매일 반복되는 이 시간이 이제 가족 모두에게 영묘한 시간이 되었다. 단순히 서로의 일과에 대한 공유뿐만 아니라 아쉬운 마음, 섭섭한 마음 때로는 불편한 마음 보따리가 풀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고요할 다도와 명상과는 모양새가 다르지만 마음이 편안하고 스트레스가 이완된다는 점은 닮았다. 더욱 신기한 것은 애쓰지 않고도 오늘의 차 자리가 다음 날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차 마시는 습관이 루틴이 되고 가족 모두에게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의미 있는 리추얼(ritual)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된 셈이다.
요즘 들어 루틴이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팬데믹 사회의 위기로 개인의 삶의 변화가 요구되면서 삶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았고 이후 계속해서 건강한 삶과 성공의 비결로 일관적인 일상 습관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개인의 루틴을 소중하게 여기고 만들어 나가는 문화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더욱 인기다.
하지만 이런 루틴 만들기는 사실 개인을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가족에게도 필요하다. 시인 이상일은 그의 글 ‘루틴’에서 루틴이란 다만 개인의 성공을 위한 습관이 아니라 우주를 지탱하는 힘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우주와 자연의 질서에는 늘 루틴이 있어 왔던 것처럼 우리 생활을 지탱하는 힘도 이러한 일상의 루틴이 모인 집합체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해당된다. 가족 모두가 함께 무언가를 하는 루틴이 형태상으로는 습관이지만 이 루틴이 반복되면 가족 구성원들에게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의미 있는 의식이 되며 곧 가족의 리추얼이자 유산이 되는 것이다.
가족을 위한 작은 루틴을 하나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가령 습관적으로 함께 식사를 하는 것과 식사 시간을 의미 있게 갖는 것은 다르며 이는 단순한 습관과 리추얼의 차이다. 단순한 루틴을 의미 있는 리추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진심을 담은 작은 습관적 행위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누군가 집을 나서거나 돌아올 때 모두 현관에 나가 환하게 인사를 해 줄 수도 있다.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시간을 정해 시합에 출전하기 전 팀웍크를 다지는 것처럼 재미있는 구호를 외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일정한 날에 장보기 리스트를 만들어 함께 장을 볼 수도 있다. 가족이 함께 하는 루틴이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세상 살기 팍팍한 요즘 더운 날씨까지 더해지면 가족에게도 짜증나는 순간이 여지없이 찾아 올 것이다. 평정심과 안정감을 얻기 위해 자신의 루틴과 리추얼을 만들고 지켜가는데 많은 노력을 하는 것처럼 나의 가족을 위해 의미 있는 루틴을 발견하고 함께 만드는 데 노력한다면 분명 가족의 일상에 에너지를 끌어올려 줄 것이다.
요즘 들어 루틴이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팬데믹 사회의 위기로 개인의 삶의 변화가 요구되면서 삶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았고 이후 계속해서 건강한 삶과 성공의 비결로 일관적인 일상 습관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개인의 루틴을 소중하게 여기고 만들어 나가는 문화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더욱 인기다.
하지만 이런 루틴 만들기는 사실 개인을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가족에게도 필요하다. 시인 이상일은 그의 글 ‘루틴’에서 루틴이란 다만 개인의 성공을 위한 습관이 아니라 우주를 지탱하는 힘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우주와 자연의 질서에는 늘 루틴이 있어 왔던 것처럼 우리 생활을 지탱하는 힘도 이러한 일상의 루틴이 모인 집합체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해당된다. 가족 모두가 함께 무언가를 하는 루틴이 형태상으로는 습관이지만 이 루틴이 반복되면 가족 구성원들에게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의미 있는 의식이 되며 곧 가족의 리추얼이자 유산이 되는 것이다.
가족을 위한 작은 루틴을 하나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가령 습관적으로 함께 식사를 하는 것과 식사 시간을 의미 있게 갖는 것은 다르며 이는 단순한 습관과 리추얼의 차이다. 단순한 루틴을 의미 있는 리추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진심을 담은 작은 습관적 행위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누군가 집을 나서거나 돌아올 때 모두 현관에 나가 환하게 인사를 해 줄 수도 있다.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시간을 정해 시합에 출전하기 전 팀웍크를 다지는 것처럼 재미있는 구호를 외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일정한 날에 장보기 리스트를 만들어 함께 장을 볼 수도 있다. 가족이 함께 하는 루틴이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세상 살기 팍팍한 요즘 더운 날씨까지 더해지면 가족에게도 짜증나는 순간이 여지없이 찾아 올 것이다. 평정심과 안정감을 얻기 위해 자신의 루틴과 리추얼을 만들고 지켜가는데 많은 노력을 하는 것처럼 나의 가족을 위해 의미 있는 루틴을 발견하고 함께 만드는 데 노력한다면 분명 가족의 일상에 에너지를 끌어올려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