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자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미래의 풍경화’ 그려 보세요”
2023년 05월 03일(수) 20:05 가가
광주일보 11기 리더스아카데미- ‘풍경화 읽기의 즐거움’ 강연
인상주의 회화 클로드 모네 등
풍경화로 떠난 중세 유럽 여행
정선 ‘인왕제색도’ 감상법 소개
인상주의 회화 클로드 모네 등
풍경화로 떠난 중세 유럽 여행
정선 ‘인왕제색도’ 감상법 소개


지난 2일 오후 광주시 서구 치평동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광주일보 11기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풍경화 읽기의 즐거움’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풍경화가 17세기 유럽에서 번창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급변하는 시대에 전원에 대한 그리움이 녹아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라면 2030년 풍경화를 어떻게 그리고 싶나요?”
지난 2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광주일보 11기 리더스 아카데미’ 강단에 선 미술사학자 양정무<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풍경화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주제에 걸맞게 그는 중세 유럽을 관통하는 풍경화들을 120장 넘게 소개했다.
양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들면서 해외 여행길이 점차 풀려 다행”이라며 “이번 강연에서는 16세기 베네치아, 17세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19세기 런던·파리를 담은 풍경화를 보며 ‘랜선(비대면) 여행’을 떠나보자”고 제안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16세기 베네치아 회화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조르조네와 인상주의 회화의 이정표를 남긴 클로드 모네, 진경산수화의 진수를 펼친 겸재 정선 등의 작품이 소개됐다.
양 교수는 풍경화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길지 않은 이유에 눈을 돌렸다. 그는 중세 유럽에서 풍경화가 많이 배출된 건 도시의 과밀화가 심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풍경화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도시민에게서 나왔습니다. 도시가 과밀할수록 전원을 꿈꾸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죠. 유럽 풍경화에서는 굴뚝과 기관차, 청사 등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풍경화는 단순히 보이는 것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의 속도를 반영한 거죠.”
그는 한 장의 풍경화를 두고 여러 논의의 장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았다.
지난해 연말 ‘이건희 컬렉션’으로 광주를 찾은 정선 ‘인왕제색도’는 ‘얘기할 거리’가 참 많은 작품으로 예를 들었다.
“인왕제색도는 한 폭의 산수화에 담긴 필치를 두고 그려진 날짜와 날씨, 지형을 유추해보는 재미가 있죠.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집은 누구의 것일까 추측해보는 것도 인왕제색도를 진득하게 감상해보는 방법의 하나일 것 같습니다. 중국 지형이 크게 반영된 조선 전기 산수화 몽유도원도와 300여 년 지나 인왕산의 비 내린 풍경을 그린 후기 산수화 인왕제색도를 비교하는 것도 좋은 감상법일 겁니다.”
양 교수는 올해 14번째 열리는 현대미술축제 ‘광주비엔날레’를 언급하며 대형 전시가 잇따라 열리며 높아진 국격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저는 오는 6월 한영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을 한껏 기대하고 있습니다. 거장들의 명화를 만나며 르네상스 시대 회화부터 인상주의까지 시대상을 비교해보는 즐거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양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내건 ‘네온 도시’를 예로 들며 스스로 2030년 풍경화를 어떻게 채울지 상상해볼 것을 제안했다.
“머지 않은 2030년 미래는 마천루가 즐비한 도시 풍경과 다른 모습의 풍경화가 그려질지도 모릅니다. 인문학적 상상력이 있는 한 새로운 도시는 얼마든지 꿈꿀 수 있으니까요.”
한편 오는 9일 오후 7시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리는 리더스 아카데미에는 국내 최고 러시아 전문가로 알려진 류한수 상명대학교 역사콘텐츠학과 교수가 강연한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지난 2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광주일보 11기 리더스 아카데미’ 강단에 선 미술사학자 양정무<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풍경화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주제에 걸맞게 그는 중세 유럽을 관통하는 풍경화들을 120장 넘게 소개했다.
양 교수는 풍경화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길지 않은 이유에 눈을 돌렸다. 그는 중세 유럽에서 풍경화가 많이 배출된 건 도시의 과밀화가 심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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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이건희 컬렉션’으로 광주를 찾은 정선 ‘인왕제색도’는 ‘얘기할 거리’가 참 많은 작품으로 예를 들었다.
“인왕제색도는 한 폭의 산수화에 담긴 필치를 두고 그려진 날짜와 날씨, 지형을 유추해보는 재미가 있죠.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집은 누구의 것일까 추측해보는 것도 인왕제색도를 진득하게 감상해보는 방법의 하나일 것 같습니다. 중국 지형이 크게 반영된 조선 전기 산수화 몽유도원도와 300여 년 지나 인왕산의 비 내린 풍경을 그린 후기 산수화 인왕제색도를 비교하는 것도 좋은 감상법일 겁니다.”
양 교수는 올해 14번째 열리는 현대미술축제 ‘광주비엔날레’를 언급하며 대형 전시가 잇따라 열리며 높아진 국격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저는 오는 6월 한영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을 한껏 기대하고 있습니다. 거장들의 명화를 만나며 르네상스 시대 회화부터 인상주의까지 시대상을 비교해보는 즐거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양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내건 ‘네온 도시’를 예로 들며 스스로 2030년 풍경화를 어떻게 채울지 상상해볼 것을 제안했다.
“머지 않은 2030년 미래는 마천루가 즐비한 도시 풍경과 다른 모습의 풍경화가 그려질지도 모릅니다. 인문학적 상상력이 있는 한 새로운 도시는 얼마든지 꿈꿀 수 있으니까요.”
한편 오는 9일 오후 7시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리는 리더스 아카데미에는 국내 최고 러시아 전문가로 알려진 류한수 상명대학교 역사콘텐츠학과 교수가 강연한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