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잊은 꽃향 가득...花~ 신안에 반했어요
2023년 04월 03일(월) 18:50
신안 섬 정원화 사업-사계절 꽃피는 바다 위 꽃 정원
임자도 백매화길·홍매화정원 거닐고 백만송이 튤립 대향연에 감탄
압해도 애기동백·도초도 수국·병풍도 맨드라미 등 ‘1섬 1테마정원’
1004섬 분재공원 한겨울 꽃 만발…‘1도 1뮤지엄’·‘1섬 1숲길’도 진행

3월에 백매와 홍매가 만개하는 임자도 ‘백억원’.

◇백매·홍매 어우러진 임자도 ‘백억원’=“마당을 걸어가니 달이 사람을 좇아오고/ 매화 옆을 걸어 돌며 몇 번이나 돌았던가/ 밤 깊도록 오래 앉아 완전히 일어나길 잊었는데/ 향기는 옷에 가득하고 꽃 그림자는 몸에 가득하네.”(퇴계 이황 ‘도산의 달밤에 매화를 읊다’(陶山月夜詠梅)중)

문인화가 우봉(又峯) 조희룡(1789~1866)은 매화를 유난히 좋아했다. 매화도를 잘 그렸고, 자신의 거처를 ‘매화백영루’(梅花百詠樓)라고 부를 정도였다. 한 선비가 서옥(書屋)에서 만개한 매화를 바라보고 있는 ‘매화서옥도’와 용이 승천하는 것 같은 고매에 핀 붉은 매화를 담은 ‘홍매도’가 그의 대표작이다. 우봉은 60대에 3년 동안 임자도 이흑암리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더욱 심화시켰다.

임자도 튤립
신안 임자도가 홍매(紅梅)의 섬으로 변모했다. ‘섬 정원화 사업’을 펼치고 있는 신안군은 대광해수욕장 인근 ‘1004섬 튤립·홍매화정원’에 집중적으로 매화나무를 식재했다. 또한 우봉 조희룡의 적거지인 ‘만구음관’(만 마리의 갈매기가 우는 곳)과 ‘조희룡 기념관’도 매화로 둘러싸여 있다.

군은 튤립정원 옆에 매화정원을 새로 조성했다. 태양광 발전으로 베어질 위기에 처했던 해남 매실농원 백매와 문인화가 서포(西浦) 김주성 화백이 기증한 토종 홍매 등을 옮겨 심었다. 군은 염분을 머금은 해풍을 막기 위해 방풍시설을 세우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보라색 꽃들로 이뤄져 ‘퍼플 섬’으로 불리는 반월·박지도.
매화정원은 ‘백매화길’과 ‘홍매화정원’으로 구분돼 있다. 지난 3월 중순, ‘백억원’을 찾았을 때 하얀 꽃망울을 터뜨린 백매 나무 사잇길로 천천히 걸어가자 매향(梅香)이 은은하게 풍겨왔다. 백매 정원은 ‘향설원’(香雪園)이라고 이름붙였다.

‘홍매화 정원’ 입구에는 ‘백억원(百億園)-서포 조선 홍매화정원’이라 새겨진 돌비석이 세워져 있다. 군은 ‘홍매 가치가 100억 원은 족히 된다’는 의미를 담아 정원이름을 ‘백억원’으로 지었다고 한다. 백매와 홍매가 어우러진 매화 정원은 여행자들에게 이제껏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새봄의 감흥을 안겨준다.

이 밖에도 ‘2023 섬 튤립축제’가 ‘바다위 꽃정원 임자도! 백만 송이 튤립의 대향연’을 슬로건으로 오는 7~16일 신안 튤립공원에서 개최된다.

병풍도 맨드라미
◇섬마다 특색있는 꽃·나무… ‘1섬 1테마정원’=애기동백(압해도), 튤립·매화(임자도), 수선화(선도), 수국(도초도), 병풍도(맨드라미), 목련(자은도)…. ‘1004섬’ 신안군은 봄여름가을겨울 꽃피는 섬정원을 만들고 있다. 세계 최대 섬 국가정원을 목표로 관내 섬들의 자연경관과 문화자원을 접목하는 ‘사계절 꽃피는 바다위 꽃정원’(섬정원화) 사업이다.

군은 ▲북부(임자·증도·지도·자은도)는 봄꽃 ▲비금·도초도는 여름꽃▲남부(하의·장산·신의도)는 가을꽃 ▲압해·암태도는 겨울꽃 등으로 구분해 사계절 꽃을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섬 대표수종은 ‘섬에서 자생해온 식물’과 ‘육지 정원과 차별성’, ‘섬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식물’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홍도원추리(홍도)와 노랑목련·별목련(자은도), 애기동백·크로코스미아(애기범부채), 수선화(선도) 등이 정해졌다.

사업 초기에는 꽃과 나무들을 사들이거나 기증받았지만 차츰 주민들이 재배한 나무와 구근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군과 지역주민들의 협업으로 진행되며 주민들은 농외 소득을 올리고 군은 안정적으로 꽃과 나무를 공급받게 됐다.

도초도 수국
민선 7기까지 11개 섬의 정원화가 완료됐고, 민선 8기 들어 13개 섬의 정원화가 추진되고 있다. 압해도 ‘1004섬 분재공원’은 한겨울에 애기동백을, 한여름에 크로코스미아(애기범부채)를 볼 수 있다. 도초도의 경우 국내 최대의 수국정원이 들어섰다. 지난해 도초 화도항에서 수국공원 인근까지 ‘환상의 정원’이 조성됐다. 수국 축제가 열리는 여름철에 도초도 인구(2800여 명)의 5배가 넘는 여행자들이 섬을 찾는다.

신안 곳곳에 테마정원이 들어서게 된다. ‘1004섬 분재공원’(압해도)와 ‘맨드라미 정원’(병풍도), ‘수국정원’(도초도), ‘튤립·홍매화 정원’(임자도)에 이어 ‘철쭉정원’(팔금도), ‘암석 지방정원’(암태도)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한편 신안군은 ‘1섬 1테마정원’과 함께 ‘1도 1뮤지엄 아트프로젝트’, ‘1섬 1숲길’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신안=이상선 기자 sslee@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신안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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