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 현상-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2년 12월 23일(금) 00:15
모든 인간에게 명백하게 평등한 것이 있으니 첫째가 노화이고, 그로 인해 누구나 나이가 들면 머리가 하얗게 변한다는 것은 팩트이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는 것은 노화 현상이다. 머리카락 색은 모낭 속 멜라닌 세포가 결정한다. 세포는 멜라닌 색소를 합성하는데, 색소의 양이 많을수록 머리 색깔이 짙어진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되는 이유는 노화로 멜라닌 세포 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나이가 많지 않아도 인체의 특정 분야에 깊은 병이 생기면 노화와 같은 결과를 미쳐 흰머리가 날 수 있다.

이외에 극히 드문 경우지만 극단적 경험이나 충격, 트라우마 등으로 인해 갑자기 단기간 내에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는 백발 현상도 있다.

프랑스 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단두대에 처형되기 전날 머리카락이 전부 하얗게 변했다는 데서 유래한 ‘마리 앙투아네트 증후군’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같은 백발 현상을 소재로 한 작품도 많은데, 홍콩 영화 ‘백발 마녀’에서는 주인공 임청하가 연인(장국영)의 의심을 받게 되면서 엄청난 분노와 슬픔에 빠지자, 검은 머리카락이 찰나에 백발로 변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현상은 과학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인체의 면역 세포는 스트레스나 극심한 고통 등의 위협을 받았을 때 ‘인터페론’이라는 항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어 내면서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터페론이 모발을 검게 만드는 멜라닌 색소 생성을 방해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그 결과 머리가 하얗게 변한다는 것이다.

다만 피부과 전문의들은 극심한 충격을 받았다 하더라도 머리카락 전체가 갑자기 하얗게 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변색은 모낭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전체가 흰색이 되기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인 ‘세이브 더 칠드런’이 여덟 살 나이에 10개월간의 전쟁 공포에 시달리다 머리가 백발로 변한 우크라이나 소녀의 사진을 공개했다. 전쟁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어린이들의 심리 치료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과 관심이 시급해 보인다.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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