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안포어촌계의 김하심씨 “바다서 희망 봤다”
2022년 12월 21일(수) 19:55
전남 귀어귀촌지원센터 우수귀어인 <2>
사회복지사서 맨손 어업인 변신
꼬막·바지락·청각 수확…여력 되면 낙지잡이도
마을 환경 개선 힘써 “귀어의 본보기 되었으면”
사회복지사에서 맨손 어업 귀어인으로, 인생 제 2막을 바다에서 열어가고 있는 이가 있다. 주인공은 여수 안포어촌계의 김하심(63)씨.

김씨는 지난 16일 전남귀어귀촌지원센터 우수 귀어인으로 선정됐다.

강진에서 태어난 김씨는 남편의 직장으로 인해 30여년 전 여수로 옮겨왔다. 1남1녀의 엄마이자, 언제나 앞장서 뛰어드는 ‘여장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김씨는 애초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사회복지사였다. 김씨는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면서 함께 여수에 있는 한 대학에 입학했다. 졸업 후에는 여수의 작은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고 정년퇴직했다.

현재 김씨가 몸담아 지내고 있는 안정마을은 130가구가 거주한다. 이 중 어촌계원은 95명에 달한다. 애초 귀농으로 마을에 정착하게 된 김씨가 귀어를 결심한 것은 이희한 어촌 계장의 역할이 컸다.

“평화롭고 행복한 마을을 위해선 ‘배 곪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계장님은 마을 사업 하나를 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인력을 끌어오는 게 아닌 마을 사람들에게 맡겼어요. 덕분에 조금이나마 여유롭게 지낼 수 있는 이들이 많아졌죠. 귀농을 고민하던 차에 계장님을 옆에서 도우며 함께 좋은 마을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김씨의 귀어 주종목은 ‘맨손 어업’이다. 꼬막, 바지락, 청각 등을 수확하고 여력이 될 땐 낙지를 잡기도 한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집을 나서 조수간만에 맞춰 해산물을 채집한 뒤 식당과 지인 등에게 판매한다. 아직은 적은 수입이지만 조금씩 보이는 희망에 ‘해볼만 하다’고 느낀다.

귀어에 앞서 가족들은 힘들거라며 모두 말렸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니 괜찮다’는 김씨의 고집에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한때 귀어귀촌을 말리던 남편은 퇴직 후 김씨와 함께할 계획을 갖고 있다.

김씨는 드넓은 바다를 보며 가능성을 함께 확인했다. 눈 앞에 청각, 바지락을 두고 보고만 있을 때는 자원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컸다. 바다가 지닌 생태의 무한함은 그렇게 김씨에게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스스로를 ‘여장부’라 칭하는 김씨는 늘 누군가를 도우며 살아왔다. ‘자원봉사’라는 단어가 익숙치 않던 30여년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봉사를 하기도 했다. 김씨는 사회복지학 전공을 살려 마을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 교통, 문화 등 복지와 혜택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앞장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마을 사람들이 보다 행복한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때문이다.

귀어 선택에 후회 없다고 말하는 김씨는 만약 귀어귀촌에 도전할 생각이라면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귀농은 2012년부터 4년간 준비했어요. 2016년에 집을 짓고 조금씩 발을 내딛었죠. 하지만 귀어는 그렇지 않았어요. 어촌계장님을 옆에서 돕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뛰어들었어요. 물론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요. 준비가 미흡했던 탓에 땅 구입부터 여러 가지 힘든 순간이 많았어요”

김씨는 “누군가 나를 보고 귀어를 결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행복할 것 같다”며 “귀어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맨손 어업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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