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각본-김미은 문화부장
2022년 12월 15일(목) 00:30 가가
10여 년 전쯤 서울에서 관람했던 연극 ‘뻘’은 잊을 수 없는 작품 중 하나다. 김은성 작가가 희곡을 쓴 ‘뻘’은 러시아 작가 체홉의 ‘갈매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연극의 배경을 보성의 어느 마을로 옮겨 와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질펀한 전라도 사투리가 등장하는 연극은 강렬한 스토리의 힘과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마음에 오래 남았다.
당시 로비에서는 희곡집을 팔고 있었다. 체계적인 희곡집 형태가 아닌, 간략하게 묶은 책이었다. 광주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엷은 불빛에 의지해 희곡을 읽으며 작품의 감동에 또 한 번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 작품은 몇 년이 흘러 광주시립극단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아마도 가장 처음 구입한, 제대로 된 희곡집은 오태석의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일 것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심청전’을 비튼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놀라웠던 감정이 지금도 떠오른다.
최근 들어 영화나 드라마의 대본·각본집 발간이 늘고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의 ‘대본’에 마음을 주기 시작한 건 노희경 작가를 만나고 부터일 듯하다. 드라마 ‘거짓말’ 등에 등장했던 그 주옥 같은 대사들이 어찌 마음에 남지 않겠는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각본집은 그중에서도 인기 상한가다. 영화는 상영 당시에도 ‘N차 관람’ 열풍이 일었고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마침내”라는 대사와 매력적인 스토리에 빠진 사람들의 각본집 구입으로 이어졌다.
최근 열린 청룡영화제 시상식은 ‘헤어질 결심’을 또 한 번 화제의 중심으로 데려왔다. 이날 열린 축하공연에서 영화를 더욱 빛나게 했던 정훈희의 ‘안개’가 흐를 때, 주인공 서래 역을 맡았던 탕웨이가 객석에서 눈물을 쏟는 장면은 ‘헤어질 결심’의 또 다른 ‘한 장면’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우연히 영상을 접한 후 정훈희, 송창식, 함춘호가 함께 한 영화 OST 버전의 ‘안개’를 반복해 들으며 활자로 읽어 내려가는 ‘헤어질 결심’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영화도 좋았지만, 하나 하나의 대사와 지문을 음미하고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각본집 ‘헤어질 결심’은 멋진 문학작품임에 틀림없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아마도 가장 처음 구입한, 제대로 된 희곡집은 오태석의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일 것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심청전’을 비튼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놀라웠던 감정이 지금도 떠오른다.
최근 열린 청룡영화제 시상식은 ‘헤어질 결심’을 또 한 번 화제의 중심으로 데려왔다. 이날 열린 축하공연에서 영화를 더욱 빛나게 했던 정훈희의 ‘안개’가 흐를 때, 주인공 서래 역을 맡았던 탕웨이가 객석에서 눈물을 쏟는 장면은 ‘헤어질 결심’의 또 다른 ‘한 장면’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우연히 영상을 접한 후 정훈희, 송창식, 함춘호가 함께 한 영화 OST 버전의 ‘안개’를 반복해 들으며 활자로 읽어 내려가는 ‘헤어질 결심’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영화도 좋았지만, 하나 하나의 대사와 지문을 음미하고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각본집 ‘헤어질 결심’은 멋진 문학작품임에 틀림없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