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6개월’ 조선대병원 직업병 안심센터…노동자 산재처리 도우미
2022년 12월 07일(수) 19:20
고용노동부 위탁 전국 6개 권역 운영
외국인·산재 미가입 노동자도 상담
진료비·검사비 상당 부분 지원
광주·전라·제주 7개 병원연계 진료
104건 직업병 모니터링 DB화
질병·업무 연관성 추적 직업병 처리

조선대병원 직업병 안심센터가 지난 5일 조선대병원에서 노동조합 보건안전 관계자들에게 그동안의 성과를 소개하는 설명회를 개최했다. /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

지난 5월 문을 연 ‘조선대병원 직업병 안심센터’가 광주·전라·제주 지역 노동자들의 직업병 예방과 치료를 담당하는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운영 6개월만에 100여건이 넘는 직업병을 모니터링 해 데이터베이스화 했고 호남·제주지역 산업 특성과 연관된 직업과 질병의 관련성을 증명해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성과를 올렸다.

직업병 안심센터는 환자를 심층 진료해 질병과 업무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산재 처리에 도움을 주는 기관이다.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질병 재해 수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직업병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 올해 처음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노동자들이 직업병 안심센터의 존재를 몰라 병원을 찾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직업과 연관된 질병이 발생해도 원인을 찾는 대신 치료만 받고 끝내, 다시 병에 걸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직업병 안심센터는 고용노동부에서 업무를 위탁받은 전국 6개 권역(서울·중부(인천·경기·강원)·부산·대구·대전·광주)의 지역 거점 종합병원에서 운영한다.

자신의 질병이 직업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노동자는 누구나 센터에서 직업환경전문의에게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한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과 산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사람도 센터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센터에서는 환자에게 진료비와 검사비 등 상당부분을 지원해 준다.

조선대병원 직업병 안심센터뿐 아니라 지역 내 일반 병원 혹은 조선대병원과 협력을 맺은 광주·전라·제주 지역의 7개 병원(광주첨단병원, KS병원, KMI 광주센터, 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 목포기독병원, 대자인병원, 제주한라병원)을 방문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병원 의사가 환자의 질병이 직업과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환자를 센터와 연결해주는 체계가 마련돼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병이 직업병이 아닐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직업과 관련된 질병이 명확히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질병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센터에서는 환자의 질병이 업무와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고용노동부에 보고를 한다. 특히 급성 중독과 같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명시된 24개의 직업성 질병 환자가 발생하면 즉각 관할 노동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고용노동부는 보고된 질병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명시된 질병이면 센터의 도움을 받아 수사에 들어가고, 데이터를 축적해 같은 직업병이 나타나지 않도록 예방 사업을 실시한다.

조선대병원 직업병 안심센터는 지난 6월부터 업무를 시작해 지난달 30일까지 총 104건의 직업병 모니터링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종류별로는 감염성 질환이 30건으로 가장 많았고, 화학물질 노출 21건, 피부 질환 13건, 심뇌혈관 질환 8건, 호흡기 질환 7건, 암 6건, 온열 질환 5건, 사고 4건, 적응장애 2건, 알레르기 질환 1건, 기타 질환 7건의 순이었다. 감염성 질환은 쯔쯔가무시, Q열 등이었고, 노출된 화학물질은 포스겐 가스, 흄, 싸이클로헥산 등이 있었다.

센터에 접수된 직업병에는 농·축산업 등 호남지역 산업의 특성과 연관된 질병이 많았다. 센터는 노동자의 질병과 업무 연관성을 증명하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해왔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서 염소 도축검사원으로 근무하던 30대 남성 A씨는 올해 산재처리를 하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 조선대 직업병 안심센터를 방문했다.

A씨는 축산업자, 수의사 등이 주로 겪는 인수공통감염병인 ‘Q열’ 질병 의심 증세를 보여 올해 초 모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A씨는 해당 병원에서 Q열 확진 검사는 하지 않고 항생제만 처방받아 치료가 끝난 상황이었다.

A씨는 산재 처리를 받고, 나중에 Q열과 관련된 합병증이 생겼을 경우 직업으로 인한 질병이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센터를 찾았다.

센터에서는 감염내과 등과 특별 진찰을 연계해 Q열 확인 검사를 진행했다. 그동안 A씨의 의무기록과 근무기관, 근무일자 등을 검토해 환자의 업무와 질병의 연관성을 확인했고, 확인서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해 A씨의 산재처리를 도왔다.

지난 8월에는 무안의 한 고구마 농장에서 일하던 30대 필리핀 남성 B씨가 열사병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남성은 정오께 갑자기 쓰러져 조선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센터는 당시 기온과 습도, 남성의 평소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B씨의 사망 원인이 당시 직업 환경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고 해당 사례를 고용노동부에 보고했다.

노조와 협력해 지난 8월 광주·전남 배전 전기원을 대상으로 피부암 검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배전 전기원은 야외 작업이 많아 자외선에 쉽게 노출돼 피부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노조에서는 피부암 증상을 호소하는 23명의 노동자에 대해 센터에 진단을 의뢰했다.

센터는 피부과와 연계해 조직검사를 진행했고, 노동자는 모두 정상으로 확인됐다.

센터 관계자는 “당시 조직검사를 통해 근로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다른 피부 질환을 발견해 치료까지 연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센터에서는 환자의 질병과 업무 연관성을 추적해 직업병의 예방과 사후처리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홍보가 부족해 노동자는 물론 노조의 보건관리자도 센터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대병원 직업병 안심센터는 자체적으로 노조 관계자와 의료진을 초청해 센터의 성과를 소개하고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건설노조 보건 관계자 20여 명을 초청해 센터 설명회를 열었다. 6일에는 조선대병원 의료진 20여 명을 초청해 성과를 보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설명회에 참석한 노조 관계자는 “암처럼 업무와 연관성을 파악하기 어려운 질환 같은 경우, 센터의 전문 의료지식이 절실한만큼 노동자들에게 센터를 적극 알려 이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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