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정신이 하나로 통할 때- 정유진 코리아컨설트 대표
2022년 12월 05일(월) 00:45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걸 느끼는 찰나가 바로 환희를 경험하는 순간일 것이다. 지난 토요일 새벽 우리 국민은 머나먼 땅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쏘아 올린 축구공 하나가 폭죽처럼 터지는 경이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세계가 코로나 사태로 어려웠지만 올해 2022년 한국은 유난히도 어려운 일이 많았다. 이런 힘든 시기에 국민 모두에게 커다란 위로와 기쁨을 주는 경기를 펼쳐 보인 한국 대표팀이 고맙다. 경기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선수들이 보여 준 투혼은 스포츠 정신의 의미를 다시금 환기하게 했다.

단순한 경쟁과 유희를 넘은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란 무엇일까? ‘이방인’과 ‘페스트’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설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가 10대 시절 폐결핵을 앓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를 축구선수로 기억할지도 모른다. 그는 ‘소설가와 축구선수 중 하나를 택한다면’이란 질문에 주저 없이 ‘축구선수’라고 답할 정도로 운동광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도덕과 의무는 그가 몸담았던 축구팀을 통해 배웠다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실제 부조리를 다룬 그의 전 생애 작품과 사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키워드가 되는 연대와 협동은 그의 말처럼 축구를 통해 배운 경험의 일부에서부터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만큼 비판을 받아 온 월드컵이 과연 존재했을까? 축구에는 진심인 한 독일인 친구는 독일이 이번 월드컵 만큼은 무관심인 편이라고 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그중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스포츠의 지나친 상업화 및 자본화로 이를 위해 이번 월드컵이 철저히 인권을 무시한 채 개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 더불어 독일 국가대표팀이 카타르월드컵에 더욱 강하게 보이콧을 하지 않은데 실망했다는 것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잘 알려졌듯이 카타르월드컵은 월드컵 개최지 선정에서부터 준비 과정에까지 끝없는 비판과 논쟁이 있어 왔다. 카타르 정부는 이번 월드컵 개최를 위한 시설을 지난 10년간 건설하면서 엄청난 이주 노동자들의 희생을 초래했다. 이와 같은 희생자와 관련 자주 인용되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카타르월드컵 개최권 획득 이후로 인도·네팔·방글라데시·스리랑카·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5개국에서 이주한 노동자의 사망자수가 무려 6700여 명에 이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사망자 수와 원인에 대한 인권단체와 카타르 간의 논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일이 두 번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경기 전 유럽을 중심으로 한 카타르에 대한 서구 언론들의 맹렬한 비난이며 경기 중 선수들의 항의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함께 소리내고 행동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는 변화들이었다. 월드컵 경기가 시작되기 전 카타르 정부는 중동 지역 최초로 외국인 노동자가 고용 계약 만료 전 이직할 때 기존 고용주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후견인(카팔라) 제도를 폐지하였다. 언론과 대중의 비난이 없었다면 걸프해 국가들에서 만연되어 온 이 같은 악법이 카타르에서 폐지될 수 있었을까. 이란의 국가대표 축구팀이 이란 국가를 불렀다면 ‘여성, 생명, 자유’라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 구호가 전 세계로 더욱 확산되어 울려 퍼질 수 있었을까.

스포츠 경기를 통해 전 세계에 보여 준 선수들의 목소리와 행동의 메시지는 강렬했다. 아직 카타르월드컵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국제 스포츠 행사가 단순히 국가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수단이자 경제적 성장의 발판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모두가 인식하고 스포츠 행사 조직 단체는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는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발현되는 축제를 만들어가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예술과 스포츠가 인류에게 무한한 힘과 영감을 일깨워 주었듯이 이번 카타르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투혼과 세계시민 정신을 향한 그들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 모두가 지구촌 곳곳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종 문화 간의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시민정신을 함양하고 실천할 수 있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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