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믹스’ 거주 혼합을 넘어 사회 통합으로 - 이봉수 도시공사 도시주택연구소장
2022년 11월 21일(월) 00:15
광주시의 공공 임대 주택이 ‘소셜 믹스’(Social Mix)로 조성된다는 소식이다. 가뜩이나 정치적이나 사회적인 문제로 연일 미디어에서 흘러나오는 갈등과 대립의 뉴스들로 마음이 혼란스러운 시기라 반가운 마음이다. 무엇보다 사회 통합 차원에서 그렇다. 한편으로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다. 소셜 믹스란 ‘사회적 혼합’ 또는 ‘계층 혼화’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주택 정책에서 공동주택 단지 내에 분양 세대와 임대 세대를 함께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다른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살게 함으로써 주거 격차 해소 및 사회 통합을 목적으로 진행하는 정책이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분양과 임대 세대 간 갈등과 제도의 혼선, 단지 관리의 비효율 등이 이슈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셜 믹스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주거 단지는 1894년 영국 버밍엄에 위치한 본빌(Bournville)에 조성됐으며 주거 비용과 주택 크기에서 다양성을 반영한 것이 시초가 되었다. 아시아에서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1980년대에 빈부 격차 심화 및 주택 용지 부족 등으로 인해 부와 소득 수준에 따라 주거 지역이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서민 주거 지역의 위생·교육 환경이 악화되자 해결책으로 소셜 믹스가 제시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 임대 주택단지 등이 대단위 형태로 공급되었다. 이 같은 대단지 형태의 공급은 주거지 분리에 따른 사회 계층 분화를 초래하고 단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임대 단지의 신규 입지 기피 등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대안으로 2003년 서울시의 공공임대 10만 호 건설계획 등을 통해 임대와 분양 주택을 혼합하여 공급하기 시작하였다.

소셜 믹스 정책을 도입한 후 재개발 및 재건축 단지에 적용하고 있지만 처음 목적한 바를 충분히 달성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포털 사이트에 소셜 믹스를 검색해 보면 사회 통합보다는 거주민 사이의 차별과 갈등을 다룬 기사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혼합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노인정, 체육시설, 주차 등 공용 편의시설 이용은 물론 단지 운영에 대한 의사결정에서도 분양과 임대에 따라 차별이 존재한다는 내용들이다.

원인으로는 분양 및 임대 주택에 적용되는 관리법이 상이하여 두 개의 법 적용 과정에서 상충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중재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이원화된 제도로 인해 세대 간 잡수익 배분, 커뮤니티 시설 관리비 공동 부담 문제 등 아파트 단지 관리 방안을 두고 주민 간 혼선과 갈등이 유발되기도 한다. 또한 중소기업촉진법에 따라 공공 임대 물량에는 중소기업이 공급하는 건축 자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아파트 한 동에 무작위로 임대와 분양을 섞는 것이 어려워 분양동과 임대동을 분리하여 단지를 건축하는 경우, 이러한 외관의 식별 가능성이 다시 차별과 편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공공 임대 주택을 소셜 믹스 형태로 공급하겠다는 광주시의 정책은 현재 양적 공급에 치우쳐 있는 공공 주택 정책의 패러다임을 주거 복지 우선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앞에서 언급했던 공공 임대 주택의 차별적 요소를 퇴출시키고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들이 강구될 것으로 보인다. 수요자 위주의 규모와 품질의 업그레이드를 통한 공급과 관리 체계 개선, 공개 추첨제에서 임대와 분양이 동시에 참여하는 차별 철폐, 취약계층의 주거 지원 강화 등 많은 방법들이 시도되고 실현될 것이다.

이를 위해 소셜 믹스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분양 및 임대 세대 간의 상호 융화를 위한 관리법 정비 그리고 건축 및 설계 기술 향상과 같은 기술적 한계 극복에 힘쓸 필요가 있다. 소셜 믹스가 단순한 거주 형태의 혼합을 넘어서 공동체적 연대를 구축하는 삶의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섬세하게 기획되어야 할 것이다.

민선 8기 광주 공공 임대 주택의 ‘소셜 믹스’를 향한 도전이 갈등으로 분열되는 사회에서 통합 사회로 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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