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현장 이모저모] 경찰 도움 지각 수험생, 시험장 앞 교통사고로 병원서 응시
2022년 11월 17일(목) 19:55
지적장애 판정 아들 간절한 격려
손수 만든 피켓 들고 아이들 응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8일 26지구 수능시험장인 광주 남구 설월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밝은 표정으로 시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김진수 기자 @kwangju.co.kr

17일 코로나 유행 이후 세번째 실시된 2023학년도 수능시험도 차분함 속에서 치러졌다.

시험장 앞에서 코로나 이전의 떠들썩한 응원전은 볼 수 없었지만 수험생의 ‘수능대박’을 기원하는 학부모들과 교사 등의 발길은 이어졌고, 시험시간에 늦은 수험생들이 경찰 등의 도움으로 고사장으로 달려가는 모습도 여전했다.



○…광주시교육청 26지구 제4시험장인 서구 화정동 광덕고 앞, 학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은 여느때처럼 뜨거웠다.

학부모들은 차 안에서 자녀에게 영양제를 먹이고, 도시락과 수험표 등 빠진 것은 없는지 챙겼다. 교통경찰은 호루라기를 불며 차량 정차를 통제했지만, 1초라도 더 응원하고 싶은 학부모의 마음을 막을 수 없었다. 학부모들은 시험장으로 씩씩하게 들어가는 자녀 뒤에서 두손을 모아 기도를 하거나 화이팅을 외치며 뒷 모습을 지켜봤다.

문성고에 다니는 둘째 아들의 시험장 길을 따라 나선 강수인(여·49·남구 봉선동)씨는 30분이 넘도록 정문을 바라보며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군대를 제대한 강씨의 큰 아들도 올해 수능준비를 하면서, 형제가 지난 1년 동안 서로 약한 과목을 알려주며 열심히 공부했다는 게 강씨의 이야기다.

강씨는 “부모가 봐도 안쓰러울 정도로 형제가 열심히 공부를 했다”면서 “아들들이 준비한 만큼 힘을 내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남고 3학년 아들을 둔 이미라(여·43·서구 쌍촌동)씨의 걱정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5년 전 경증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아들이 수능을 보러 나섰기 때문이다.

이씨는 “다른 형제도 수능을 본 적이 있어 괜찮을 줄 알았지만, 막상 막내아들 수능날이 되자 긴장되는 것은 여전하다”면서 “아들이 어려움을 견디고 열심히 공부한 만큼 원하는 바리스타의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웃어보였다.

○…이색 응원전 경쟁은 없어졌지만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응원의 목소리는 여전했다.

대동고 3학년 담임 윤한솔씨는 광덕고 정문에서 제자들이 보일 때마다 두 팔을 번쩍 올리며 학생들을 반갑게 맞았다. 윤씨는 시험장을 찾은 제자마다 어깨를 두들기고 안아주며 ‘긴장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윤씨는 “매년 수능 때마다 아이들이 느끼는 중압감이 상당하다”며 “긴장하지 말고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의 깜짝 응원전도 있었다. 엄마 정보경(여·40·서구 화정동)씨와 함께 시험장을 찾은 최설(9)군과 최율(6)군은 수험생들을 볼때마다 자신의 몸통만한 피켓을 흔들었고, 일부 학생들은 웃으며 손인사를 해주기도 했다.

정씨는 “아이들이 수능날이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어해 데리고 왔다”며 “이틀 전부터 피켓을 손수 만들어 들고 왔다”고 말했다.

○…지각 수험생은 여전했고 시험장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수험생도 있었다.

순천시 조례동 금당고 앞에서는 수험생 A(21)씨가 정문 앞에서 유턴을 하던 차량에 치였다. A씨는 발목에 부상을 입고 순천의료원에서 시험을 치렀다.

차량 운전자 50대 남성이 수험생 자녀를 내려주기 위해 유턴을 하다 옆을 지나던 A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냈다고 경찰은 전했다.

늦은 수험생들을 시험장으로 신속히 이송하는 광주·전남 경찰의 수능 특별수송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6시부터 8시 10분까지 교통경찰, 기동대, 모범운전자 등 총 379명이 특별 교통 관리에 나섰다.

112 등에 도움을 요청한 광주·전남지역 수험생 수십명을 시험장까지 안전하게 이송했다. 지하철을 잘못 내려 도움을 요청한 수험생을 광주 남구 설월여고까지 태워주고, 시험장인 서석고 대신 석산고를 찾은 학생을 순찰차로 수송하기도 했다.

해남에서는 긴장으로 잠을 설쳐 늦잠을 잔 수험생을 7분만에 시험장으로 옮겼고, 장성에서는 순찰차로 2.4㎞의 시험장까지 5분만에 수험생을 수송했다.

/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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