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랗게 날아야 빠져나갈 수 있다-김성신 지음
2022년 11월 16일(수) 19:45
시인은 본질적으로 상상을 하는 사람이다. 일테면 “직업이 상상가”라 할 수 있다. 사물이나 현상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낼 때 시인 자신뿐 아니라 독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삶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촉수와 언어에 대한 감수성과 이를 직조할 수 있는 구상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김성신 시인의 시집은 눈에 띈다. 특유의 상상력을 자신만의 시어로 풀어내는 방식이 이채롭다.

장흥 출신 김성신 시인이 펴낸 첫 시집 ‘동그랗게 날아야 빠져나갈 수 있다’(포지션)는 유연하면서도 날카로운 상상의 산물이다.

그는 50이 넘어 시를 접했다. 이번 시집 ‘시인의 말’에서 그가 건네는 말은 지금까지 어떻게 시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신음으로 비탈길을 내질”러야 했던 지난날이 그려지기도 한다.

“지천명의 나이에 굽어진 시(詩) 골동에 들기 위해 깊고 푸른 발자국을 새기며 작아졌다 커지는 신음으로 비탈길을 내질렀다. 그림자를 돌아앉고 걷고 품어내는 것의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작품집에는 모두 50여 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나방은 누가 풀어 놓았을까’, ‘모든 동물은 전복을 꿈꾼다’, ‘에어캡’, ‘마블링’, ‘부드러운 선인장’, ‘봄 풍등’ 등 작품은 시인의 시적 역량이 발휘된 시들이다.

“…비스듬히 현 두 손/ 잘못 스친 상처, 가시로 자라죠/ 품어 둔 말, 층층 쌓기도 해요// 식물이잖아요, 오해를 참는/ 기대는 법을 잊고/ 가끔 먹구름을 선식으로 먹는// 청록으로 잎 솟을 때마다/ 늘 조금씩 창밖을 향해 어긋나기도 하죠(후략)”

위 시 ‘부드러운 선인장’은 시인의 이색적인 시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일반의 상상을 넘는 발상과 표현은 시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편 김성신 시인은 지난 2017년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원광대 한문교육학과를 졸업했으며 광주대 대학원 문창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