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 피난’ 사고 대응 매뉴얼 정비 시급하다
2022년 11월 02일(수) 00:05
3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다중이 사고를 피해 한꺼번에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군중 피난’ 형태의 인재였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비한 매뉴얼이 없어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는 유사 사고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핼러윈을 앞두고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10만 명가량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발생했다. 특히 해밀톤호텔 옆 폭 4m의 좁은 내리막길에 인파가 몰려 뒤엉키면서 대형 압사 참사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용철 호남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이태원 참사는 재난·재해가 아니라 군중 피난 사고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군중 피난 사고는 지진이나 화재·붕괴·침수 같은 재해와 무관하게 군중이 사고를 피해 한꺼번에 이동하면서 발생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나 지자체는 군중 피난 사고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갖추지 않고 있다. 특히 이태원은 주말이면 늘 젊은 인파가 운집하는 곳이고, 사고 당일에도 경찰과 지자체는 10만 명가량이 좁고 제한된 공간에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질서 유지나 현장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사고 발생 때 대처할 매뉴얼도 없었다.

유사한 사고를 막으려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대규모 행사에 대비한 안전 관리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첨단 영상 기술을 활용해 군중 밀집도를 정확히 측정해 위험도를 평가하고 그에 따라 사람들을 분산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리적 특성 등 위험 요소를 분석해 그에 적합한 매뉴얼을 만들고 소방·경찰·지자체 등의 역할도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대규모 행사에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 정부와 소방·경찰 당국이 인파 관리 매뉴얼을 바탕으로 비상 계획을 가동한다고 한다. 압사 방지를 위한 인원 제한과 보호 펜스 설치, 비상 공간 확보 등이 골자다. 군중 피난 때는 익명성으로 인한 무질서로 통제가 쉽지 않은 만큼 이에 대비한 시민 안전 교육과 행동 지침 마련도 서둘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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