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작지만 우주보다 광대한 미생물의 세계
2022년 10월 06일(목) 18:55
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테 외 지음, 유영미 옮김

대부분 눈으로 볼 수 없지만 미생물은 오랫동안 인류의 역사와 함께 공존해왔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곰팡이가 있다. 바로 사카로미세스 파스테리아누스다. 발효 맥주 양조에 쓰이는 균이다. 덴마크 식물학자 한센이 코펜하겐 칼스버그 양조장 실험실에서 효무 세포를 분리 추출해 배양에 성공했다.

미생물은 지구 생명의 시작이면서 인류의 오랜 동반자였다. 아주 미세한 크기의 미생물은 무궁무궁한 가능성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미생물은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데 5만 여년 전 초기 인류가 이주를 시작했을 때부터 몸속에서 생존해왔다.

100가지 미생물로 미생물의 역사를 조명하는 책이 출간됐다.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과 ‘소행성 적인가 친구인가’의 저자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와 사회·지식·커뮤니케이션 센터 소장인 헬무트 융비르트가 공동으로 기술했다.

책에는 질병, 감염과 같은 달갑지 않은 주제는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주로 미생물이 하는 흥미로운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일테면 이런 것들이다. ‘미생물 덕분에 공휴일이 생겼다’, ‘미생물이 지구 기후에도 영향을 끼쳐 기후 보호에도 영향을 준다’ 는 등과 같은 내용들이 등장한다.

미생물은 ‘재미있고, 우습고, 특이하고, 신기하고, 인상적인 존재’ 들이다. 100개의 미생물에 얽힌 이야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낯선 세상’을 보여준다.

세라티아 마르세센스라는 세균이 있다. 이 세균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가톨릭교회의 성체축일과 관련돼 있다. 구체적으로 보헤미아 사제 페터 폰 프라그 덕분이었다. 그는 가톨릭 미사 중 행하는 성체성사에서 빵과 포도주가 예수그리스도의 진짜 몸과 피로 변한다는 교리에 대한 의심으로 괴로워했다.

볼세나에서 미사를 접전하며 성체성사를 위해 빵을 찢었는데 그 안에 핏방울이 맺혀 있는 것을 봤다. 이에 교황 우르바누스 4세는 ‘볼세나의 피의 기적’을 기적으로 인정하고 이후 ‘성체성혈 대축일’을 교회가 공식적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오늘날 세라티아 마르세센스는 토양이나 동, 식물을 포함해 다양한 곳에서 나타나는 세균으로 알려졌다. 근처에 있는 유기물을 분해하는데 이 과정에서 ‘프로디지오신’이라는 붉은 핵소를 생성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인류의 가장 오랜 동반자다. 인간에게 이 균은 늘 좋은 ‘세입자’는 아니다. 염증, 위괘양을 비롯해 위암을 유발한다. 이 박테리아는 인류의 이동 경로를 연구하는 데 좋은 수단이 된다. 오스트레일리아 의사 배리 마셜에게 노벨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마샬은 스스로 실험 당사자가 돼, 환자의 위 속 박테리아를 체취해 이를 수프에 섞은 ‘헬리코박터 칵테일’을 마셨다. 마샬의 실험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위장에서 살 수 있고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균은 위산에서 위 점막을 보호하는 위벽을 파고들어 그 속에 눌러앉음으로써 스스로를 보호할 뿐 아니라 그곳에서 염증 반응과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책은 한마디로 인류와 함께해온 미생물 오디세이라 할 수 있다. 이 작은 생명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면 인류의 생활도 좀 더 평화롭게 지속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자들의 바람이다.

<갈매나무·2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