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상·김기라 작가 “가족 위해 김치 담그는 어머니 마음이 예술의 마음”
2022년 08월 30일(화) 21:00
화순 폐교서 이색 예술 프로젝트 협업
봉하분교에서 ‘이타적이고 공동체적인’ 프로젝트 진행
주민이 만든 그릇에 작가의 요리 담아 ‘색다른 맛’ 공유

화순군 도암면 폐교에서 그릇과 요리가 어우러진 예술 프로젝트를 펼친 김희상(왼쪽)작가와 김기라 작가.

“한 사람은 그릇을 만들고, 한 사람은 요리를 만들었습니다. 시각과 미각을 결합시켜 또다른 하나의 예술적인 방식들을 구현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29일 오후 3시 화순군 도암면 봉하리 천태초등학교 옛 봉하분교에서 두 작가의 협업으로 이색 예술 프로젝트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희상(조각) 작가와 김기라(설치미술) 작가.

이날 봉하리 마을주민과 천태초등학교 학부형, 인근 마을 나주 시민 등 50여명이 지난 2004년 천태초등학교 본교와 통폐합되며 문을 닫았던 옛 봉하분교를 찾았다. 참석자들은 올 상반기에 김희상 작가의 지도로 손수 흙을 다뤄 만들었던 ‘그릇’에 이날 김기라 작가가 직접 요리한 ‘파스타’를 올려 미각과 시각이 결합된 색다른 예술세계를 만끽했다. 경기대 미대 서양학과 미술학도 10여명이 이번 프로젝트 진행을 도왔다. 5년전부터 폐교를 작업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김희상 작가는 운동장 잔디를 하트 모양으로 깎아 주민들을 맞았다. 또한 주민들은 궂은 날씨에도 묵은 김치와 깻잎 장아찌 등을 챙겨들고 모교였던 옛 분교를 찾았다. 나눠 먹고, 서로 교환하는 ‘이타적이고 공동체적인’ 예술 프로젝트였다.

두 작가는 오선영 큐레이터의 제안으로 지난 3월께부터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덴마크와 인도네시아, 인도,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 20여 작가가 참여하는 ‘Look Who is Talking‘ 글로벌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두 작가는 서울과 화순 작업실을 오가며 ‘어떤 방식으로 협업을 할 것인가’ 의견을 조율하고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두 작가와 오 큐레이터는 프로젝트의 기본 개념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형식을 갖추지 않고, 공동체적인 것들을 같이 고민하고 호흡하자’고 잡았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키워드는 ‘공동체’와 ‘이타성’( 利他性)이다.

오 큐레이터는 “성향이 굉장히 다른 두 작가가 협업을 할 때 서로의 창작활동을 떠나서 어떤 부분이 필요하고, 어떤 부분을 더 밀어갈 수 있고,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는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사회적 협력 예술프로젝트’라고 표현했다.

김희상 작가는 “15년전부터 나주 불회사 오백나한상에서 영감을 얻어 우리 시대의 희로애락을 담은 ‘오백인물상’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폐교를 ‘오픈 스튜디오’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전 미술운동 방식이나 형식은 달라도 오늘 이 자리가 제가 하는 작업과 지역, 지역민을 연결하는 첫 결실이 됐다”고 밝혔다. 영국 유학시절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김기라 작가는 “블루베리와 마늘 등 화순 도암면에서 나온 신선한 샐러드 재료들과 이탈리아 재료들이 만나서 색다른 맛을 만들었다”면서 “두 재료가 섞이고 스며들어 맛있는 맛을 만들어내고, 남과 나눠 먹고 함께 하고자 하는 방식에서 요리와 예술의 기본 개념이 같다”고 말했다.

작가들은 앞치마를 주민들에게 선물했고, 주민들은 식기로 사용한 자신들의 도예작품을 챙겨 돌아갔다. 두 작가는 주민들, 나아가 공동체를 지향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을 도구로 삼아서 어떻게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 등 예술의 기능과 예술가의 존재론적 질문에 대한 지평을 넓힐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어머니가 김치를 담그는 건 자기가 먹는 것보다 남과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어떤 방식이고, 그 희생하는 방식이 예술의 방식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어머니의 마음이 결국 예술의 마음입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 그것은 그냥 지나갈 뿐이고, 인식하는 순간에 새로운 생각이나 사상으로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합니다.”(오선영 큐레이터)

한편 이번 프로젝트 결과물은 11월께 ‘Look Who is Talking’ 홈페이지(www.lookwhoistalking.info)에 올려진다.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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