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하는 보호 종료 청소년들 세심한 지원을
2022년 08월 26일(금) 07:00 가가
광주에서 보육 시설(고아원) 출신의 대학 새내기 두 명이 엿새 간격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19살의 A양은 그제 A4용지 12장 분량의 유서에 “삶이 힘들고 고달프다. 살아온 삶이 너무 가혹하다”는 내용을 남겼다고 한다. 숨진 A씨의 아버지와 남동생 모두 정신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어린 시절부터 보육 시설에서 생활해 오다 지난해 2월 만 18살이 되자 보육 시설을 나와 아버지가 거주하는 임대 아파트로 옮겼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18살의 B군이 재학 중이던 대학 강의동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진 채 발견됐다. B군 역시 세 살 때부터 여러 보육 시설을 옮겨 다녀야 했다. 지난해부터 보육 시설에서 지낼 수 있는 연령이 기존 만 18살에서 만 24살로 늘어났지만 ‘자립’을 결정하고 올해 초 사회복지사의 꿈을 안고 대학에 입학했다고 한다.
우리는 벼랑 끝에 몰렸을 두 10대의 고립감과 절망감이 얼마나 컸을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청소년기에서 성년기로 넘어가는 삶의 문턱에서 이들은 사회의 비정함을 맛봤을 것이다. 한창 부모에게 사랑받고 청운의 꿈을 꾸어야 할 시기에 두 사람에게 현실은 냉혹하기만 했을 것이다. 그래서 두 청소년의 비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아프게 만든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지자체는 현재의 복지 지원 시스템을 재점검해 절망하는 보호 종료 청소년들을 세심하게 살피고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립 전담 기관 등에만 맡겨 놓을 게 아니라 주거 및 정착 지원을 강화하고, 자립이 가능하도록 기술 교육이나 심리 상담 등도 체계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사회의 관심과 배려다. 보육 시설을 벗어난 이들이 홀로서기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연대의 손길로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