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 없이 배상 미루는 전범 기업의 후안무치
2022년 08월 08일(월) 00:05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미루다 한국 내 자산을 강제 매각당할 처지에 놓인 미쓰비시중공업이 대법원에 최종 선고를 늦춰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 정부와 민관협의회가 이 문제를 풀 때까지 기다려 달라며 또다시 제동을 건 것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강제노역 피해자 양금덕(94)·김성주(93) 할머니와 관련한 대전지법의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매각) 명령에 반발해 지난달 20일과 29일 대법원에 상고·재항고 이유 보충서를 제출했다. 전남 출신인 두 할머니는 10대 시절 일제 교장 등의 꼬임에 속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서 강제 노역 등 고초를 겪었지만 임금조차 받지 못했다. 이들은 20년간의 법정 투쟁 끝에 지난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미쓰비시중공업이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 원대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그럼에도 미쓰비시 측은 위자료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강제 집행 절차에 나서 지난해 대전지법에서 상표권·특허권 매각 명령을 받아 냈다. 미쓰비시는 여기에도 불복했고 사건은 대법원으로 다시 올라가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런 시점에 미쓰비시는 대법원에 한국 정부와 민간 인사들이 함께하는 민관협의회에서 해결 방안이 확정될 때까지 최종 판단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동안 미쓰비시는 모든 소송 단계마다 항고·재항고를 거듭하며 시간 끌기로 일관해 왔다. 배상이 지연되는 사이 이 사건 생존자는 두 할머니밖에 남지 않았다. 더욱이 외교부가 피해 배상 해법을 찾기 위해 띄운 민관협의회도 피해자 측의 불참으로 사실상 좌초됐다.

미쓰비시는 그동안 한국 피해자들에겐 사과조차 하지 않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강제 노역 피해자 등에겐 사과하며 보상을 약속해 비난을 샀다. 이런 후안무치한 태도와 피해자들이 90대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쓰비시 측의 요청을 수용할 까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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