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학교 보안’ 시험지 유출 막을 수 있겠나
2022년 07월 28일(목) 00:05
4년 전 시험지 유출이 발생한 고교에서 또다시 시험 문답지 해킹 범죄가 터져 허술한 시험 관리 체계에 대한 전면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주서부경찰은 그제 시험 문답지 등을 빼돌린 A·B군을 건조물 침입과 업무 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최근 2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교무실에 침입해 시험 출제에 쓰인 노트북 컴퓨터를 해킹해 답안지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중간고사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문답지를 빼내는 등 1학기 동안 모두 16개 과목의 문답지를 훔쳐 시험을 치렀다. 이들의 범행 수법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교사들 컴퓨터에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갈무리한 화면 내용을 며칠 뒤 회수하는 방법으로 시험 문제와 답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A군 등의 범행은 학교에서 시험 문제가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이들은 교사들이 퇴근한 심야 시간대 잠금 장치가 해제된 4층 창문을 통해 교무실에 침입했다. 창문도 잠기지 않은 교무실에는 시험 출제에 쓰인 교사들의 노트북이 방치된 상태였고 내부에 CCTV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트북에는 비밀번호가 설정돼 있었지만, 인터넷에 널리 알려진 방법으로 간단히 풀렸다.

이 사건은 근본적으로 성적에 대한 비뚤어진 욕심에서 비롯됐으나 학교와 교직원들의 안일한 보안 의식에서 싹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당 학교는 2018년 시험지 유출로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가 구속되는 등 홍역을 치렀음에도 가장 기초적인 교무실 문단속도 하지 않았다.

광주시교육청과 광주 지역 고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해킹에 대한 보안 대책을 강화하고 출제와 시험지 인쇄 및 보관 등 고사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해 문제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고교 내신 관리 시스템도 근본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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