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정치-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2년 07월 21일(목) 01:00 가가
조선시대에는 벼슬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달랐다. 정3품과 종2품은 영감이라 했으며, 정2품 이상은 대감이라 높여 불렀다. 그 위의 상감은 왕이다. 종2품과 정3품은 18품계 가운데 각각 4·5등급에 해당하는 당상관이다. 종2품은 참판·대사헌·훈련대장·관찰사 등을, 정3품은 참의·도승지·대사간·부제학 등을 맡는 높은 벼슬아치였다.
죄를 파헤치고 법정에 세우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사들도 ‘영감님’이라고 불렸다. 나이에 상관없이, 상대방이 누구든 검사를 만나는 사람들은 쩔쩔맬 수밖에 없었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성적에 따라 판사·검사·변호사로 길이 나눠지는데, 검사의 경우 3급(부이사관)으로 대우하는 등 행시·외무고시 합격자보다 높게 책정한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겠다.
보통 검사는 쏟아지는 형사 사건을 처리하고 지방을 전전하지만, ‘잘 나가는’ 검사들은 수도권의 공공수사부, 반부패수사부 등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전 국민의 주목을 받는 사건을 처리한다. 이들 검사는 어떤 때는 칼날을 추상같이 휘두르다가도 또 어떤 때는 물러터져 실망감을 주기도 했다. 선배인 전관 변호사가 수임하거나 조직 내부와 연관된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성을 상실하는 경우도 잦았다.
검찰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고압적이고 반인권적인 검사의 수사 방식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여론도 형성됐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가 있을 때마다 검찰의 반발이 컸고, 대부분 실패로 귀결됐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검찰의 모습은 그다지 큰 변화가 없는 듯하다.
정부·여당은 물론 검찰 개혁을 부르짖었던 민주당마저 전직 검찰 고위직 인사들을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단 한 명도 과거 조직 내부의 권위적인 자세나 반인권적인 수사 방식, 그동안 받은 각종 혜택 등에 대해 반성하거나 고백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 누구보다 쉽게 정치에 입문한다. 검사들이 진정으로 지역 공동체 문제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을까. ‘검사 전성시대’인 지금, 정계에 들어서려는 검사에 대해 보다 세밀한 검증이 필요할 것 같다.
/chadol@kwangju.co.kr
보통 검사는 쏟아지는 형사 사건을 처리하고 지방을 전전하지만, ‘잘 나가는’ 검사들은 수도권의 공공수사부, 반부패수사부 등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전 국민의 주목을 받는 사건을 처리한다. 이들 검사는 어떤 때는 칼날을 추상같이 휘두르다가도 또 어떤 때는 물러터져 실망감을 주기도 했다. 선배인 전관 변호사가 수임하거나 조직 내부와 연관된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성을 상실하는 경우도 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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