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2022년 07월 20일(수) 01:00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동양 최고(最古)의 역사서인 사마천의 ‘사기’와 중국 고전 소설인 ‘초한지’에서 나오는 말이다.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도 필요 없게 돼 주인이 삶아 먹는다는 뜻이다. 필요할 때 요긴하게 써 먹고 쓸모가 없어지면 가혹하게 버리는 경우를 이를 때 자주 사용된다.

최근 여야의 대표적인 청년 정치인들이 ‘토사구팽’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치권이 시끄럽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윤리위원회에서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받으며 당 대표직이 정지됐고,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당대회 출마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이들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선거가 끝난 뒤 각 당의 ‘간판’ 청년 정치인들을 토사구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의 경우 헌정사 최초 30대 최연소 정당 대표로 선출되는 기록을 썼고,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2030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면서 두 선거를 연이어 승리로 만들어낸 당 대표였다는 점에서 그의 징계 수위는 당내에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지겨울 정도로 ‘청년’을 외치고, 2030세대 여성과 남성을 ‘갈라치기’하는 선거 전략을 써 왔던 정당이 선거가 끝나자 눈치 보지 않고 대표적인 청년 정치인을 내치는 모양새다.

지난 대선 막판 이재명 후보에 대한 20대 여성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았던 민주당 박 전 위원장의 경우 본인이 ‘토사구팽’을 직접 언급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피력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필요할 땐 온갖 감언이설로 회유해서 이용해 먹고 자신들의 기득권에 도전하려고 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토사구팽을 하는 이 정치판”이라고 비판했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2030 세대 표심’을 잡기 위해 청년을 앞세운 영향으로 다수의 청년 지방의원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반면 선거가 모두 끝나자 거대 양당은 당의 ‘간판’ 청년 정치인들을 팽(烹)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2030 청년들이 앞으로 기성 정치권을 어떻게 바라볼지, 어떤 심판을 내릴지 주목된다.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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