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길-임동욱 선임기자·이사
2022년 07월 19일(화) 01:00
이재명 상임고문이 지난 17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정치의 존재 이유를 국민과 민생이라고 강조한 이 고문은 국민과 당원의 뜻을 모아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의 이름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며 강력한 혁신을 예고하기도 했다. 대선 패배 이후 4개월, 6·1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지 한 달 보름 만에 민주당의 당권을 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최소한의 책임감도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과 함께 비주류 정치인으로서 피할 수 없는 도전이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당내에서는 이 고문의 대선 및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 속에서도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구도가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어대명’ 구도를 뒤흔들 유력 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당내 지지세와 인지도 측면 등을 고려할 때 이 고문이 당권을 잡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이는 18대 대선 패배 이후 당권을 장악하며 대선 재수를 통해 정권을 잡았던 ‘문재인의 길’을 걷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 수사라는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고 당을 확실히 장악, 차기 대선 가도를 열어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고문의 도전이 ‘꽃길’이 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당권 도전 과정에서 어떠한 정치적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대세론에 취해서는 민주당의 통합과 결집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법 리스크도 난제다. 검찰 수사에 민주당이 ‘방탄 정당’이 된다면 이 고문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잇달아 무릎을 꿇은 ‘이회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모든 것은 민심에 달렸다. 문재인 정권 창출도 당권의 힘보다는 결국 ‘촛불’로 대변된 시민 혁명이 원동력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당권 도전 과정은 이 고문에게 또 다른 정치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가 시대가 요구하는 폭넓은 리더십으로 민심의 공감을 이끌며 ‘이재명의 길’을 만들어 나갈 것인지, 아니면 대세론 그 자체에 머무르며 정치적 한계를 보일 것인지 주목된다.

/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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