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선사시대-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2022년 07월 18일(월) 01:00 가가
여수 지역은 고대부터 해양 교류의 거점 역할을 했다. 교류를 방증하는 다양한 유물 가운데 주목받는 것은 비파형 동검이다. 한반도에서는 지금까지 63점이 발견됐는데 가장 많은 16점이 여수에서 나왔다. 청동기 시대에 등장하는 비파형 동검은 형태가 비파라는 악기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기원지인 중국 요녕 지역의 이름을 빌어 요녕식 동검이라고도 부른다. 학계에서는 여수 지역이 청동기 시대에 선진 문화의 1차 수용지였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쉽게도 비파형 동검이 여수에서 제작됐음을 증명하는 유물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고대에 청동 제품은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어서 신분과 권위를 드러내는 위신재로 분류된다. 동검으로 부르지만 사실 구리가 주원료인 합금이다. 우리나라 동검은 평균적으로 동 79.2%, 주석 13.4%, 납 6.8% 비율로 섞여 있다. 강인욱 경희대 교수는 “용융점이 높은 구리와 상대적으로 낮은 주석을 섞으면 빛깔도 아름답고 낮은 온도에서도 가공이 쉽기 때문에 원하는 모양이나 장신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수에서는 1000여 기에 달하는 고인돌이 발견됐는데 그 가운데 오림동 고인돌은 암각화로 유명하다. 간돌검(돌을 갈아서 만든 칼)을 향해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듯한 두 사람이 그려진 암각화다. 간돌검은 청동기 시대를 대표하는 석기로 청동검을 본떠 만들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돌검을 암각화에 새긴 사례는 밀양 살내, 포항 인비동 등에서 확인됐지만 인물이 등장하는 그림은 오림동 고인돌이 유일하다. 이 암각화에서는 특이하게 칼이 사람보다 크게 그려져 있다. 이는 칼이 숭배의 대상이었음을 대변함과 동시에 암각화가 새겨진 고인돌이 의례적 장소로 활용되었다는 점도 암시해 준다.
국립 광주박물관에서는 현재 ‘여수-그 시절의 바다’전(8월 15일까지)을 개최하고 있다. 전시는 모두 5부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가운데 1· 2부가 고대문화를 살필 수 있는 코너다. 신석기 시대부터 청동기 시대의 다양한 유물을 살펴볼 수 있다. 우리 지역 고대 해양문화의 다양성과 역동성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관람을 권한다.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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