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향과 임윤찬-김미은 문화부장
2022년 07월 14일(목) 01:00
건반이 부서질 듯 쉴새 없이 휘몰아치는 마지막 악장이 끝나자 환호가 쏟아졌다. 땀에 젖은 피아니스트는 의자에서 일어서자 마자 ‘17살 소년’으로 돌아왔다. 무아지경 속에서 연주하던 그는 커튼콜에 무대를 오가며 쑥스러워 어쩔줄 몰라 했다.

지난해 12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열렸던 광주시립교향악단(지휘자 홍석원)과 임윤찬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협연은 이 공연을 ‘직관한’ 이들에게 더욱 더 소중한 무대가 됐다.

반 클라이번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임윤찬의 마지막 결선곡 라흐마니노프 ‘3번’은 경연 영상 조회수가 500만 회에 육박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클알못’인 지인도 그의 영상을 수차례 보며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신라시대 ‘우륵’을 언급하고, 단테의 ‘신곡’을 번역본 별로 다 읽었다는 그의 인터뷰를 읽고 있으면 ‘작은 어른’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든다.

경연에서 화제가 된 또 다른 곡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도 지난해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공연했었다. 쉬는 시간 없이 65분에 이르는 전곡 연주가 끝나자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기립 박수로 환호했다.

오케스트라 공연의 매력은 다양한 협연자와의 만남이다. 광주시향은 4월 교향악축제에서 2021년 쇼팽 콩쿠르의 유일한 한국인 본선 진출자였던 이혁과 멘델스존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했다. 또 임윤찬의 스승인 손민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도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7번’을 공연했다.

하반기에는 브렌델의 제자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폴 루이스가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9월 17일)을 연주하며 백주영도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12월 23일)을 공연한다.

임윤찬은 10월 6일 광주시향과 베토벤 ‘황제’를 협연하고 녹음 작업도 진행한다. 전국의 클래식팬들은 단 900석의 행운을 거머쥘 주인공이 되기 위해 8월 18일 ‘피켓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임윤찬과 광주시향이 또 하나의 ‘레전드 무대’를 만들면 좋겠다. 무엇보다 내가 그 현장에 있었으면 좋겠는데, 가능하려나.

/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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