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철도 100년-송기동 예향부장
2022년 07월 12일(화) 02:00
“화륜거(火輪車)는 천둥 번개처럼 달리고 비바람처럼 날뛰어 한 시간에 300~400리를 달리는데도 차체는 안온하여 조금도 요동하지 않는다. 좌우의 산천, 초목, 집, 인물이 보이기는 하나 앞뒤에서 번쩍번쩍하므로 도저히 걷잡을 수 없다….”

1876년(고종 13년) 4월, 1차 수신사로 일본에 파견된 정사(正使) 김기수(1831~1894)가 ‘일동기유’(日東記遊)에 남긴 기차에 대한 첫 인상이다. 그와 일행 75명은 부산에서 화륜선(火輪船)을 타고 요코하마에 입항해 열차편으로 도쿄로 이동했다. 조선인 최초로 기차를 타 본 그는 기차와 전신·군함·대포 등 생전 처음 접한 근대 신문물에 대한 견문록을 남겼다.

그로부터 20여 년 후 조선에도 기차가 도입됐다. 조선의 국권을 침탈한 일본이 경인선(1899년)을 시작으로 경부선(1905년), 경의선(1906년) 등을 차례로 개통한 것이다. 또한 나주~송정리 간 호남선이 1913년 10월에 개통됐고, 이듬해 1월에 송정리~정읍 등 호남선 전 구간 철길이 완성됐다. 이어 1922년 7월에 송정리와 광주를 잇는 철도가 개통됐다.

일제 주도로 건설된 철도는 쌀과 자원 수탈의 통로였다. 1931년 송정역에서 집산해 발송되는 쌀이 1만 5661t에 달했는데 이중 93.7%가 목포로 보내져 일본으로 빠져나갔다. 열차를 이용해 광주로 통학하는 조선·일본인 학생들 간 충돌은 1929년 11월 광주 학생독립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광주 철도가 100년을 맞았다. 광주 역사민속박물관은 송정리역·광주역·남광주역 등 3부로 나눠 ‘광주 철도 100’ 전시(~8월 21일)를 열고 있다. 1913년 송정리역 영업 개소식을 비롯해 다양한 사진 자료와 1940년대 일본으로 공출했던 30㎏ 쌀 포대, 승차권에 날짜를 찍는 ‘일부기’(日付機), 열차의 충돌 방지를 위한 일종의 운전허가증인 ‘통표’(通票) 등을 실물로 볼 수 있다.

철도를 통해 근현대기 광주·전남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 내륙철도’와 순환선인 ‘도시철도 2호선’ 등은 미래 광주·전남의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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