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즈상-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
2022년 07월 11일(월) 00:30
최근 한국 수학계는 큰 경사를 맞았다. 한국계 수학자인 허준이 미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가 수학계 노벨상으로 알려진 ‘필즈상’을 수상한 것. 1936년 제정된 필즈상은 탁월한 업적을 이룬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최고 권위의 상이다. 한국 수학자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으로 국제 수학계에서 한국 위상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허 교수는 두 살 때 한국으로 들어와 초등학교와 대학,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쳤다. 박사 학위는 2014년 미시건 대학교에서 받았다. 이후 허 교수는 수학계의 오랜 과제였던 ‘리드 추측’ ‘로타 추측’ 등을 증명해 주목을 받았다.

학계에서는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을 계기로 수학 교육의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얼마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1년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사에 따르면 수학 기초 학력이 미달(1수준)인 학생 비율은 중3이 11.6%, 고2는 14.2%로 나타났다. 5년 전(2017년)과 비교하면 중3은 7.1%에서 4.5%포인트, 고2는 9.9%에서 4.3%포인트 상승했다. 아울러 성취도 평가와 함께 진행된 설문은 수학에 대한 자신감과 가치, 흥미, 학습 의욕 등이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2의 경우 2020~2021년 사이 ‘가치 낮음’은 15.5%에서 17.3%로, ‘흥미 낮음’은 23.3%에서 25.8%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수학 수업과 평가 방식이 ‘수포자’(수학 포기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학교 수업은 대학입시 탓에 수학적 사고의 배양보다 점수를 따는 요령을 습득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생들을 ‘문제 풀이 기계’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독일 금언에는 “수학자가 어느 정도 시인의 기질을 지니지 않으면 완전한 수학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필즈상을 수상한 허 교수는 학창 시절 시인을 꿈꿨다고 한다. 자유로운 사고와 표현력이 수학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수를 침묵의 방관자와 ‘수포자’로 만드는 수학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

/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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