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읍~대흥사 지방도 확·포장] 확 뚫린 천년고찰 대흥사 가는길…관광객 발길 이끈다
2022년 07월 04일(월) 19:20
2차선 도로에 보도 없어 위험천만
4차로로 확·포장…2단계로 진행
총 494억원 투입…2026년 완료
마산~산이 간 등 지방도 확·포장도
서남권 교통중심 요충지 부상 기대

전남도는 공사 구간을 둘로 나눠 해남읍 읍내리에서 연동리까지를 1단계(1.4㎞), 연동리에서 삼산면 평활리까지를 2단계(3.7㎞)로 추진하고 있다. 1단계 104억 원, 2단계 390억 원이 투입되며, 각각 오는 2024년, 2026년 공사를 완료할 방침이다.

광주·전남이 수도권, 영남권 등 타 지역보다 발전이 더딘 것은 미흡한 SOC(사회간접자본, Social Overhead Capital) 때문이다. 정부가 대규모 국가 재정을 꾸준히 투입해 도로, 철도, 공항 등이 제대로 구축되고 그 편의성이 타 지역보다 우수해야 지역 경제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민선 7기 전남도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최근 지역 숙원이었던 다양한 SOC가 착공하거나 국가계획에 반영됐다. 광주일보는 전남의 주요 기반시설을 점검한다.



관광버스 운전기사들에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전남의 대표적인 천년고찰이자 해남의 인기 관광지인 해남 대흥사에 가는 길은 가장 위험한 길로 손꼽힌다. 2차선 도로가 좁고 보도가 없는데다 고령의 나무들이 도로변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스나 트럭 등 대형 차량들은 교행하는 경우 속도를 늦춰 간신히 통과하거나 나뭇가지에 긁히며 지나갈 수밖에 없다. 도로가 좁다보니 사고 위험도 상존해있다. 겨울에는 차량들이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연쇄추돌하거나 가로수를 충격하는 등 사고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농번기에는 경운기, 트렉터 등 농기계들이 거리로 진입하면서 아찔한 순간들이 펼쳐지고 있다.

해남 대흥사에서 바라본 해남읍의 전경. 전남도와 해남군은 해남읍~대흥사 간 확포장 공사를 비롯해 북평~북일 간(5.9㎞)과 목포 구등대~양화 간 지방도(2.6㎞) 확·포장공사도 진행중이다.
지난 5월 25일 오후 찾은 해남 대흥사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이 연이어 주차장으로 진입했다. 대흥사는 1980년 5·18 사적지로, 입구에 표지석이 있다. 대흥사 주변 광주여관, 안흥여관, 유선여관 등에서 광주시민들이 숙식을 해결했으며, 5월 22일 광주로 향하던 시민들에게 인근 주민들이 김밥과 음료수를 지원하는 등 민주화운동에 뜻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국가 사적 208호, 명승 66호로 지정돼 있으며, 426년에 정관존자, 또는 514년에 아도화상, 혹은 신라 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세 가지 설이 있다.

북원, 남원, 별원으로 구성돼 있는 경내에는 삼층석탑(보물 320호), 천 분의 부처님(유형문화재 52호)을 모신 천불전(유형문화재 48호), 용화당(유형문화재 93호), 표충사(기념물 19호), 대광명전(유형문화재 94호),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국보 308호), 북미륵암 삼층석탑(보물 301호), 서산대사 부도(보물 1347호) 등 문화재들이 즐비하다. 여기에 천연기념물 173호로 지정된 왕벚나무 두 그루가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주말이면 주차장이 넘칠만큼 방문객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해남읍~대흥사 간 지방도 확·포장 사업으로 해남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두륜산도립공원을 비롯한 대흥사권 관광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해남 천년고찰 대흥사 전경.
인근 주민, 운전자들의 요구가 거듭되면서 해남군 역시 2000년대 들어 확·포장 사업을 전남도에 요청했지만, 전남도의 어려운 재정 여건 탓에 우선순위에서 번번이 밀려났다. 2009년에서야 지방도 806호선 중 해남군 해남읍 읍내리에서 해남군 삼산면 구림리를 연결하는 구간을 4차로로 확·포장하는 사업에 대해 타당성 조사에 나설 수 있었다. 당시 조사 결과 7.44㎞를 폭 29.5~34.5m로 확장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모두 596억여 원으로, 보상비와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662억여 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가로수 이식 비용을 제외한 수치였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타당성 조사를 맡은 용역팀은 단계별 추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1단계 5.1㎞(사업비 338억여 원), 2단계 2.34㎞(274억여 원)로 나눠 공사를 추진, 사업기간을 늘려 부담을 낮추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2013년 실시설계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재정 투입에 대한 부담으로 사업은 계속 미뤄졌다.

민선 7기 김영록 전남지사가 관광 진흥을 통한 지역 성장·발전에 무게를 두면서 사업은 다시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다만 2019년 지방도정비사업계획에 포함시키면서 사고 위험이 높은 필수적인 구간만 공사에 나서기 위해 보완 설계에 나섰다. 이에 따라 공사 구간은 해남읍 읍내리에서 연동리까지를 1단계(1.4㎞), 연동리에서 삼산면 평활리까지를 2단계(3.7㎞)로 해 전체 연장은 5.1㎞로 축소됐다. 1단계 104억 원, 2단계 390억 원이 투입되며, 가로수 이식 비용은 해남군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했다.

사업 방향이 정해지자 민선 7기 전남도는 2021년 7월 1단계를, 올 상반기 2단계를 각각 착공해 오는 2024년, 2026년 공사를 완료할 방침이다. 전남도는 여기에 서남부권 중심인 해남의 교통 편의를 대폭 향상하기 위해 북평~북일 간(5.9㎞)과 목포 구등대~양화 간 지방도(2.6㎞) 확·포장공사도 진행중이다. 또 영암해남기업도시와 화원관광단지 접근성 향상을 위한 마산~산이 간 13㎞, 화원~장수 간 2.6㎞의 지방도도 확·포장을 위해 실시설계용역을 하고 있어 해남을 명실상부한 서남권 교통중심 요충지로 만들 계획이다.

정윤수 전남도 도로교통과장은 “이번 사업은 전남의 균형발전과 도민의 교통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하며, 지역 관광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되면 주민, 방문객들이 아무래도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어 이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43년 경력의 관광버스 운전기사 노봉학(67)씨는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옆으로 붙어야하는데, 도로 옆에 심어진 나무와 버스가 부딪히면서 승객들도 불안해하고, 주말이면 들어오기도 불편하다”며 “확·포장 공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관광버스 운전기사들 모두가 환영했다”고 설명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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