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민생-임동욱 선임기자 겸 이사
2022년 06월 21일(화) 00:15 가가
올 여름 무더위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18일 대구와 경북 지역에 지난해보다 무려 21일이나 빨리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더니 19일에는 광주·전남 지역에도 발효됐다. 화순과 구례, 곡성의 기온이 33도까지 오르며 가장 더웠고 광주와 나주가 32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더위는 맛보기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본격적인 여름철인 7~8월은 예년보다 기온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더위를 몰고 오는 북태평양 고기압 등이 발달하면서 길고 강한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때 이른 폭염은 민생의 ‘짜증 지수’를 대폭 올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미국발 인플레이션 쇼크가 덮쳐 오고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제가 복합 위기에 빠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채소 등 농산물을 중심으로 생필품 가격이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유가와 금리에 이어 전기·가스 요금 등이 줄줄이 인상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셈이다. 여기에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까지 찾아오면 소비 심리는 바싹 마르면서 민생은 점차 한계 상황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대처하는 모습은 미덥지 않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비상 상황을 선포하고 사흘 동안 외부 일정 없이 경제 관련 보고만 받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제대로 된 정책 처방도, 민생에 대한 진정성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과반 이하로 내려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를 반영한다. 정치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지만 이전투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면서 민생 현안을 챙겨야 할 국회 공백 상태는 장기화 되고 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결국 민심과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와 정치권이 민생을 직격하는 경제적 폭염을 식힐 수 있는 시원한 소낙비 같은 정책과 정치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tuim@kwangju.co.kr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