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정치-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2022년 06월 15일(수) 03:00
팬덤(Fandom)은 어떤 대상의 팬들이 모인 집단을 말한다.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로, 자신들이 추종하는 대상에 대한 충성심이 남다르다. 그만큼 응집력과 배타성도 강하다. 한국에서 팬덤은 아이돌 그룹에서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방탄소년단의 ‘아미’로 상징되는 팬덤은 한류의 핵심인 ‘K-컬처’ 성장의 자양분이라고 할 만하다.

팬덤 문화가 이제는 정치 분야로 확산되면서 팬덤 정치가 논란이 되고 있다. 3·9 대선과 6·1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패한 더불어민주당이 팬덤 정치의 중심에 서 있다. 선거 패배의 원인을 놓고 친문(친 문재인계)과 비문, 친명(친 이재명계)과 비명 등 계파 간 갈등을 빚으면서 서로 팬덤 관련 은어를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수박(민주당인 척하는 보수 인사)은 퇴출시켜야 한다”느니 “똥파리(친 문재인이면서 반 이재명인 사람)가 문제”라는 식이다. 이번 대선을 거치며 ‘개딸’(개혁의 딸)이라는 은어도 등장했다.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는 2030 여성들로 이 의원을 ‘아빠’라 부르며 ‘개딸’이란 팬덤을 형성했다.

팬덤 정치의 시초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라고 할 것이다. 노사모는 박근혜 대통령의 ‘박사모’로 이어져 이들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친문과 친명을 거치면서 팬덤 정치가 심화됐다. ‘문빠’와 ‘개딸’은 열성적인 지지자들의 모임을 넘어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편에 대한 강한 공격성을 드러내고 있다. 수박이니 똥파리니 하는 극단적인 은어도 이들이 만들어 냈다.

민주당의 극성 팬덤이 문제가 된 데는 2015년 온라인 당원제를 도입해 권리당원의 수를 크게 늘렸지만 이들에게 책임은 지우지 않은 탓이 크다. 2015년 24만 명이던 권리당원은 현재 80만 명으로 증가했는데 갈수록 이들의 입김이 세지고 있는 것이다.

팬덤을 가진 민주당 계파들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당 대표 경선에서 권리당원 비율을 높이려는 룰 개정에 몰두하고 있다. 중도층이 민주당을 버린 이유는 주류가 팬덤에 기댄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팬덤 정치를 버리지 않으면 민주당에 미래는 없다.

/bungy@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