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
2022년 06월 13일(월) 02:00
“누가 직업에 대해 불평을 하면 꼭 그런 얘기를 합니다. 세상만사에는 우선 장단이 있는 것이고 가볍고 무거운 경중이 있는 거고, 높고 낮은 높낮이가 있는 건데 왜 나라고 높은 데가 없습니까! 다 있습니다! 올 때가 아직 오지 않은 것이죠.” 지난 8일 95세로 별세한 국민 MC 송해가 생전에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 ‘송해 1927’에서 독자들에게 들려준 내용이다. 책은 지난해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을 촬영하면서 송해가 이기남 영화 프로듀서와 함께 했던 인터뷰를 묶은 것이다. 당시 그는 세상사에는 좋은 면도, 나쁜 면도 있으니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언제고 좋은 때가 온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1927년 함경도 재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6·25 때 부산으로 피난을 왔다. 해주예술전문학교에서 성악을 공부했던 경험을 살려 1955년 창공악극단에서 가수로 활동했다. 탁월한 입담 덕분에 공연도 함께 진행했는데, 이것이 후일 방송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1988년 ‘전국 노래자랑’ MC를 맡은 이후 흥이 넘치는 진행과 구수한 입담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그러나 그의 소탈함과 신명의 이면에는 남모를 아픔이 있다.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참척(慘慽)이 그것인데,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들은 가슴에 박힌 대못이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평생 그를 짓눌렀을 실향민이라는 외로움과 부침 많은 연예인으로서의 삶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라는 페이소스를 줬다.

그가 생전에 남긴 말 중에 지난 1월 KBS 설 연휴 프로그램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에 출연해 했던 말은 인상적이다. ‘땡과 딩동댕 중 어느 쪽이 소중한가’라는 질문에 그는 “‘땡’을 받아 보지 못하면 ‘딩동댕’의 정의를 모른다”고 말했다. 실패를 모르고서는 성공의 참 의미를 알지 못한다는 뜻일 터다.

알려진 대로 송해의 본명은 송복희다. 6·25 때 망망대해를 떠돌던 피난선에서 바다 ‘해’(海) 자를 따 송해(宋海)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의 이름 ‘해’(海)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 나아가 ‘해’처럼 빛나는 삶을 염원하게 하는 것인지 모른다.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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