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100년 기업 이야기-요시모리 마사루 지음, 배원기 외 옮김
2022년 06월 12일(일) 09:00
가족기업, 혁신과 정직으로 최고기업이 되다

독일에는 소규모 가족 단위로 출발해 세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많다. 199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출품한 포르쉐 전기자동차.

BMW, 폭스바겐, 포르쉐, 푸거, 크루프, 자이스, 보쉬….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이다. 이들 기업은 공통점이 있다. 소규모 가족 단위로 출발해 전 세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들은 어떻게 세계적인 브랜드로 우뚝 섰을까? 무엇보다 소유와 경영의 과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독일 100년 기업 이야기’는 독일 가족기업의 역사와 사회 전반의 문화, 노사상생 관계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요시모리 마사루 요코하마 대학교 명예교수로, 그는 유럽에서 공부를 하고 이후 일본에서 연구와 강의를 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가족이 의결권을 가지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다소 부정적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가족기업에 대한 평가가 다르다. 가족기업 비율도 상당히 높아 2006년 기준 43%에 달한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가족기업을 ‘독일 경제의 견인차’라고 평가했다. 또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가족기업의 혁신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만큼 가족기업은 독일 경제를 견인하는 주요 매개체다.

독일 가족기업이 사회적 명성이 높고 대를 이어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가장 먼저 글로벌 경쟁력을 꼽는다. 이들은 창업 초기에 혁신적 사업에서 성공해 번영의 바탕을 이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푸거는 16세기 직물 생산업종에서 도매무역상으로 전환했다. 이후 은의 채굴, 정제업으로 확장해 부를 쌓았고, 그런 다음 아우크스부르크에 빈곤자 주택을 건설했다.

품질이 우수한 철강을 생산하는 기업 크루프는 이음매 없는 철도 휠을 개발해 세계적인 철도 건설 수요에 대응했다. 이후 대포와 같은 무기제조업 통합을 매개로 사업을 다각화하는데 성공했다.

저자는 대를 이은 다른 성공의 비결로 노동 조건의 향상을 든다. 책에서 밝히고 있는 근무 조건은 다음과 같다. 연간 24일 유급휴가, 최종 월급의 75%가 지급되는 연금, 연말수당으로 1개월분 급여 등이 그것이다.

공익재단의 설치와 사회적 책임의 실천도 중요한 항목이다. 경영전략에 따른 이익 증가분을 직원에게 배분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의 결과로 가족 경영자는 공익재단을 설립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기업공동체로서의 가족기업 경영은 장기적인 안목, 혁신과 위험을 감수할 용기, 의사관철 능력 면에서 이점이 있다.

무엇보다 가족기업은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신속성이 있다. 실패했을 경우 가족기업은 일시적으로 자산이 감소할 뿐 비난과 책임이 다소 가볍다. 중요한 것은 과도한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경영 방식을 지향한다.

더불어 가족기업은 소유와 지배에 따른 권한에 맞게 의사관철 능력을 발휘한다. 주식이 분산돼 있는 비가족기업에서는 최고경영자의 의사결정과 실천이 내부 저항과 외부 투자자 비판에 의해 좌초되기 쉽다.

한편 저자는 “가족기업 가문은 가족, 기업과 기업이념, 기업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공익재단을 설립하고 재단이 속해 있는 지역의 시민을 위한 주택, 병원, 학교, 도서관 등을 건설했다”며 “독일의 가족기업은 사회적으로 높은 명성을 누리고 있으며 가족기업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국경제신문·3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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