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근-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2년 06월 10일(금) 00:30
기근은 자연재해로 인한 수확 감소나 인구 증가, 정책 실패 등으로 발생한다. 기아로 인한 사망자는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끊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기근은 인류가 과학으로 해결하지 못한 영원한 숙제이다.

세계 기네스북에 기록된 역사상 최악의 기근은 중국 대기근이다. 특히 이 기근은 흉년이 원인이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정치 지도자의 오판에 따른 정책 실패였다는 점 때문에 수많은 역사가들의 연구 대상이 됐다.

중국 대기근은 1958~1960년 중국 전역에서 4000만 명이 굶어 죽어 2차 세계대전보다 끔찍한 사건이었다. 흉년의 원인은 놀랍게도 자연재앙이 아닌 참새였다. 식량 증산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던 마오쩌둥은 1958년 어느 날, 쓰촨성의 농촌 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벼 이삭을 쪼아먹는 참새 떼를 보고 꾀를 낸다. ‘참새 섬멸 총지휘부’라는 부서를 신설키로 한 것이다. 총지휘부 조사에 의하면 당시 쓰촨성 참새는 총 320만 마리였다. 만일 참새 한 마리가 일 년에 2.4㎏의 이삭을 먹는다면 쓰촨성에서만 매년 7680t의 쌀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를 전국에 대입하면 중국인 약 70만 명의 일 년치 식량이 없어지는 셈이다.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참새 출몰지 곳곳에 독극물이 든 과자가 뿌려졌고, 시민들은 매일 참새를 잡으러 다녔으며, 포수들은 총으로 사냥을 했다. 이렇게 해서 전국적으로 2억여 마리의 참새가 죽었다.

하지만 농산물 수확량은 증가는커녕 되레 급감해 1958년 한 해에만 전국에서 172만 명이 굶어 죽었다. 해가 갈수록 수확량은 줄고, 거리에는 아사자들이 즐비했다. 흉년의 원인은 먹이사슬의 파괴 때문이었다. 참새가 사라지자 해충들이 급속히 번식해 쌀을 갉아먹은 것이다. 결국 마오쩌둥은 권력 2선으로 물러나게 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해 이미 아프리카에서는 식량 위기가 시작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나라가 생산하는 곡물은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칼로리의 12%를 담당한다. 푸틴이 마오쩌둥의 정책 실패를 교훈으로 삼길 바랄 뿐이다.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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