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 광주-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2년 06월 09일(목) 01:00 가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와 있는 듯하다. 시멘트 벽마냥 맥락 없는 고층 아파트 단지가 구도심과 외곽 곳곳을 채우면서 무등산은 고사하고, 뒷동네조차도 볼 수 없는 광주는 어느 순간 아파트 도시가 됐다. 지키고 가꾸고 부각시켜야 할 자산과 자원이 부족한 여건이었지만, 그래도 공원·광장·산책로 등과 함께 다양하고 독특한 건축물, 공공 시설물로 광주를 아름답게 꾸밀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이런 식의 개발을 막기 위해 도시는 계획을 수립한다. 도시기본계획, 도시관리계획, 경관계획 등 혈세를 들여 미래 광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기간 내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명기해 두는 것이다. 그런데 왜 마치 계획이란 것조차 없는 것처럼 광주는 막무가내로 아파트만 짓고 있는 것인가.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어느 도시에서도 이처럼 특정한 건축물을 곳곳에 짓지는 못한다.
광주의 경우 계획은 수립하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힘을 갖지 못한다. 어려운 절차를 거쳐 만들지만 어떤 것은 너무 추상적이고, 또 어떤 것은 너무 자주 변경해 버리고, 또 다른 어떤 것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수시로 바꿔 버리는 도시관리계획이다. 민간·공공 시설의 건축, 개발·정비 사업의 내용 등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를 담고 있는 이 계획은 도시 공간을 운용하는 원칙이다. 하지만 광주시는 비공개로 개발을 바라는 업체가 내놓는 제안을 대부분 반영해 수정하고 있다.
건설업체·용역업체 등이 막대한 수익을 남기는 아파트 개발을 위해 광주시를 상대로 갖가지 로비와 압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 것이다. 허가 후 2~3년이 지나 개발 행위에 들어가기 때문에 공직자들의 책임감은 무뎌지고, 지역 네트워크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교수·전문가들도 갈등과 마찰을 피해 타협점을 찾으면서 도시관리계획은 결국 누더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제 도시관리계획은 조례로 정해야 한다. 중요한 원칙인 만큼 시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모인 시의회에서 공론의 과정을 거쳐 수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광주를 아름다운 도시,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진정한 방안을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chadol@kwangju.co.kr
이제 도시관리계획은 조례로 정해야 한다. 중요한 원칙인 만큼 시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모인 시의회에서 공론의 과정을 거쳐 수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광주를 아름다운 도시,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진정한 방안을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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