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기권-임동욱 선임기자·이사
2022년 06월 07일(화) 03:00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광주의 투표율(37.7%)이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다. 진보 진영의 심장이자 민주당의 핵심 지지 지역에서 전국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광주 유권자 열 명 가운데 네 명도 투표에 나서지 않은 셈이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광주 투표율이 81.5%였던 것을 고려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않은 수치다. 역대 대선·총선·지방선거를 포함해 광주의 투표율이 40%를 못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호남 유권자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대해 ‘침묵의 회초리’를 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선에 패배하고도 성찰과 혁신에 나서기보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착각에 빠진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광주 투표율은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고 했고,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광주 투표율을 보며 길을 찾으시라”는 고언을 던지기도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민주당의 차기 총선 패배는 물론 향후 10년 이상 정권 창출도 어렵지 않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며 지지세를 넓혀가고 있고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이준석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 차기 대권 주자들도 즐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과 지방선거의 연이은 패배에도 친문(친 문재인), 친이(친 이재명)계로 나뉘어 ‘책임론’ 공방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의 현실은 남루하다.

정치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한 표로 졌더라도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 거대 야당이라는 오만을 버리고 스스로에게 엄격해져야 한다. 절박함을 토대로 혁신의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정치적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민생을 두고는 여권과 적극 협력하는 모습도 요구된다. 강경 노선은 또 다른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민주당이 ‘적극적 기권’에 담긴 광주 민심의 함의를 깨닫고 혁신으로 미래를 열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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