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2022년 06월 03일(금) 01:00
브라질 축구선수 소크라테스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만큼 유명하다. 1954년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뛰어난 육체적 능력과 지적 역량을 모두 갖춘 선수였다. 열여섯 살에 프로선수가 됐지만 공부도 잘해 브라질 최고 명문 상파울루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24살 때까지 축구선수 생활과 학업을 병행했다.

소크라테스는 1980년대 브라질 축구를 이끈 펠레의 계승자였다. 지코, 팔카오, 세레조와 함께 역대 최강의 미드필더라고 하는 ‘황금의 4중주’의 주축으로 A매치 24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기도 했고, 1m92㎝의 큰 키에 개인기도 뛰어나 거의 완전무결한 선수로 불렸다. 그러나 축구선수로서 모든 것을 이뤄냈지만 월드컵 우승 트로피는 손에 쥐지 못했다.

소크라테스는 브라질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화 투쟁에도 열심이었다. 전국에 생중계되는 경기에서 등번호 위에 이름 대신 ‘민주주의’(Democracia)라는 단어를 써 넣고, 대선 투표 때는 ‘꼭 투표하세요’라는 문구를 새기고 뛰어 이탈리아 피오렌티나로 강제 이적당하기도 했다. 은퇴 후에는 소아과 전문의로 활동하며 철학박사 학위도 취득해 신문과 잡지에 정치를 주제로 칼럼을 쓰기도 했다. 외모까지 고대 소크라테스와 똑 닮은 그는 항상 주먹을 쥐고 허공에 쳐드는 골 세리머니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더 나아진 조국에 내 골을 바치리라.”(Give my goals to a better country.)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 중 하나인 ‘소크라테스’는 지금 프로야구 KIA 팬들에게 가장 핫한 이름이다. 타이거즈의 소크라테스가 연일 불꽃 타격으로 팀에 ‘승리의 산파술’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개막 후 4월엔 타율 0.227로 부진하더니 5월에는 26경기에서 타율 0.415에 5홈런 28타점의 MVP급 활약을 펼쳤다. 비결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라고 한다. ‘너 자신을 알라’가 아니라 ‘너 자신을 믿어라’였다. 그가 5월 쾌조의 퍼포먼스를 선보이자 KIA의 성적도 수직 상승해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소크라테스가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며 타이거즈를 시즌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까. 팬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테스형’을 지켜보고 있다.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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