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과 작약-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2022년 05월 18일(수) 01:00
모란과 작약은 형제나 자매와 같은 꽃이다. 모란은 목본식물, 작약은 초본식물이란 점이 다를 뿐 똑같이 ‘작약과’에 속한다.

둘 다 ‘꽃중의 꽃’으로 유명한데 동양에선 모란이 더 익숙하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선덕여왕은 공주 시절 당 태종이 보내온 모란 그림에 나비가 없는 것을 보고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실제 씨앗을 심어 보니 과연 향기가 없었다. 이를 계기로 사람들은 선덕여왕의 영민함에 탄복했다고 한다.

하지만 모란에도 향기가 있다. 옛 문인들은 매화의 암향(暗香), 난초의 유향(幽香)에 대해 모란을 이향(異香)이라고 하여 색다른 향기로 구별했다. 꽃들의 전쟁이라고 할 만한 ‘화투’(花鬪)에서 목단(모란)은 6월의 꽃을 상징하는데 열 끗짜리에 나비가 등장한다.

선덕여왕이 받은 모란 그림에 나비가 없었던 이유는 당나라 화법 때문이다.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꽃에 80세 노인을 상징하는 나비가 들어갈 경우 영원한 부귀를 누리는 것을 제한한다고 생각해 그리지 않았던 것이다.

영랑 김윤식은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테요…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을 봄”을 이라고 모란의 짧은 개화를 아쉬워했다.

작약은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치유의 신 ‘파이온’(Paeon)에서 유래했다. 신들의 의사였던 파이온이 작약 뿌리로 지하 세계의 신 하데스의 상처를 치료해 주자 평소 제자 파이온을 질투했던 아스클레피오스가 분노해 그를 죽이려했지만 제우스가 파이온을 살려 작약꽃으로 피어나게 했다. 서양에선 작약의 인기가 높아 19세기 인상파 화가인 마네·모네 등이 즐겨 그렸다. 빅토리아시대에는 사랑과 로맨스, 결혼을 상징했다. 장미가 구애할 때 사용했다면 작약은 구애에 성공했을 때, 즉 상대의 마음을 얻었을 때 전하는 꽃으로 인기를 누렸다.

영랑이 노래했듯 지금은 모란이 막 지고 작약이 꽃피는 시기다. 강진 모란공원에 가면 아직 모란꽃을 볼 수 있고 구례 쌍산재에선 만개한 작약꽃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bungy@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