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과 한국 가곡
2022년 05월 05일(목) 01:00
“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 산” 맑은 테너 음성으로 최영섭 곡 ‘그리운 금강산’이 울려퍼지자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들려온다. 관객들이 한국 가곡에 이처럼 큰 박수를 보낸 건 이 노래를 부른 성악가가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였기 때문이다. 1995년 한국 공연 당시 도밍고는 소프라노 홍혜경과 함께 ‘그리운 금강산’을 노래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베이스로 명성을 얻고 있는 연광철의 목소리까지 더해져 세 사람이 만들어 내는 화음이 아름답다.

미국 출신 소프라노 바바로 보니가 부르는 한국 가곡은 더욱 대단하다. 유튜브를 통해 그가 부른 ‘저 구름 흘러가는 곳’(임긍수 곡) 등을 듣고 있으면 “외국인이 맞나” 싶어 깜짝 놀라게 된다. 정확한 딕션(diction)으로 감정을 실어 부르는 노래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고 괜스레 울컥해진다. 한국 성악가들이 한국 가곡을 부를 때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가사를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사실이 늘 안타까웠던 터라 그 반전에 더욱 감탄하게 된다.

이건(EAGON)이 해마다 주최하는 이건 음악회는 ‘아리랑’ 편곡 공모전을 진행한다. 선정된 작품은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피날레 곡으로 연주하는데, 베를린필 앙상블 등이 연주하는 ‘아리랑’ 선율을 들을 때면 감동적이다. 볼쇼이합창단이 부르는 ‘보리밭’은 또 어떤가.

지난 3일 광주문예회관에서 열린 미샤 마이스키의 공연은 75세 거장이 들려준 다채로운 레퍼토리가 인상적이었다. 슈만, 브람스를 거쳐 브리튼과 피아졸라 곡을 연주한 그는 앙코르 곡으로 카탈루냐 민요 ‘새의 노래’와 파야의 ‘사랑의 마법사-불의 춤’을 들려줬다.

피날레 곡은 김연준 곡 ‘청산에 살리라’. 낮은 첼로 소리와 함께 첫 음이 울려 퍼지자 객석에서는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고, 눈가가 촉촉해진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그리운 금강산’ ‘비가’ 등 한국 가곡을 녹음하기도 한 그가 악보도 없이 들려주는 ‘청산에 살리라’는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곡이 될 터다.

한국을 찾는 연주자들이 우리 음악을 선보일 때면 그 감동은 더욱 커지는 듯하다. 우리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를 건드리는 음악의 힘에 새삼 행복하다.

/김미은 편집부국장·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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