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노래
2022년 05월 03일(화) 01:00 가가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려나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싣고 어디 갔지/ 망월동에 부릅뜬 눈 수천의 핏발 서려 있네….”
1980년대 초부터 불려진 ‘오월의 노래 2’ 노랫말은 사실적이다. 누군가 프랑스 샹송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Qui a tue grand-maman) 선율에 소름 돋을 정도로 생생한 노랫말을 붙였다.
지난 2017년 ‘그래도 우리는 노래한다 - 민중 가요와 5월 운동 이야기’(한울)를 펴낸 정유하 전남대 5·18연구소 전임 연구원은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지만 ‘오월의 노래 2’ 작사자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저자는 같은 책에서 “1980년대는 노래를 누가 작사, 작곡을 했는지가 중요한 시대는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공안 정치 상황 하에서 이러한 노래의 작곡자가 자신이라는 것을 알리기 꺼리던 시대기도 했다”라고 분석했다.
‘민중의 애국가’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임을 위한 행진곡’ 역시 작사·작곡자는 6·10 항쟁 이후인 1980년대 말에야 비로소 밝혀졌다. 올해로 작곡된 지 40년을 맞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한국뿐만 아니라 홍콩, 미얀마, 중국 등 각국 민주화 현장에서 불리고 있다. 작곡자인 김종률 세종시 문화재단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5·18로 인해 상처 입었던 시민들과 민주주의를 위해서 뛰었던 분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를 부르면서 힘과 용기를 얻었다면 정말로 저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시 5월이다. ‘오월의 노래 2’와 ‘임을 위한 행진곡’ 등과 같은 오월의 노래들은 신군부 정권 하에서 민주화를 열망하는 많은 시민들에게 굴하지 않는 용기와 내일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품게 했다. 오월을 주제로 한 노래들은 5·18 기념재단 홈페이지(5·18.org) ‘오월 음반’에서 찾아 들을 수 있다. 또한 5월 한 달 동안(오후 7시 30~8시 30분) 옛 전남도청 별관 앞 5·18 민주광장 무대에서 상설 음악회 ‘오월의 노래’가 마련된다. 그리고 이명자 전(前) 오월어머니집 이사장을 비롯한 ‘오월 어머니’ 15명이 40여년 품어온 ‘당신들의 오월’을 노래하는 순회공연이 서울(5월 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과 부산(14일/ 민주공원 중극장), 광주(18일/ ACC 예술극장 극장2)에서 열린다.
엄혹한 시대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고 불린 한 곡의 노래는 ‘봄눈 녹이듯’ 끝내 세상을 바꾸었다.
/송기동 예향부장 song@kwangju.co.kr
1980년대 초부터 불려진 ‘오월의 노래 2’ 노랫말은 사실적이다. 누군가 프랑스 샹송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Qui a tue grand-maman) 선율에 소름 돋을 정도로 생생한 노랫말을 붙였다.
엄혹한 시대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고 불린 한 곡의 노래는 ‘봄눈 녹이듯’ 끝내 세상을 바꾸었다.
/송기동 예향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