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참사 -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2년 04월 29일(금) 04:00
바다에서 발생하는 선박 침몰 사고는 다른 재난과 달리 생존자가 거의 없는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여객선 해상 참사는 ‘도냐 파즈호’ 사건이다. 1987년 12월 20일 밤 필리핀 국적 여객선 ‘도냐 파즈 호’가 유조선과 충돌, 무려 4375명이나 숨진 참사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여객선 침몰 사고로 꼽힌다. 침몰의 원인은 수차례의 구조 변경과 과적 및 정원 초과로 세월호의 사고 원인과 흡사하다.

전시에는 희생자가 5000명이나 9000명이 넘는 선박 침몰 사고도 있었지만, 군함 사고로 세계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참사는 러시아의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침몰 사건이다. 인명 피해도 컸지만 그보다는 국가가 사고 원인을 은폐하고, 구조 과정에서도 무능을 드러낸 탓에 해상 참사의 대명사가 됐다.

쿠르스크호는 2000년 8월 12일 노르웨이 북쪽 바렌츠해에서 훈련 중 폭발로 침몰했다. 침몰 당시 러시아 정부는 노르웨이를 비롯해 여러 국가의 지원을 받아 구조 작업을 벌였으나 결국 사고 9일 만에 승무원 118명 전원이 사망했음을 발표했다. 당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끌던 러시아 정부는 사고가 나자 감추기에 바빴고, 사건이 서방 언론에 보도된 지 이틀이 지나서야 침몰을 인정했다.

문제는 침몰 이후 상당 시간 잠수함 내부의 승조원들이 생존해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러시아가 보안을 이유로 구조 작업에 늦장을 부렸고, 초기 서방의 구조 작업 제안도 거절했다는 점에 있다.

‘쿠르스크호’ 사고와 똑같은 상황이 러시아에서 22년 만에 되풀이됐다. 지난 4월 13일 흑해 함대 기함 ‘모스크바함’이 폭발로 침몰하자, 러시아는 화재가 원인이라며 전원 구조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장병 가족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9일 만인 4월 22일 “장병 한 명이 전사하고, 27명은 실종됐다. 나머지 396명은 대피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쏜 미사일에 격침된 것이 기정사실화된 상태지만 러시아는 침몰 원인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고, 사망자 수에 대해서도 언론들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쟁 보도까지 왜곡하며 벌이는 러시아의 침략을 중단시키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chae@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