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길 초록 발자국’-최현열 광주 온교회 담임목사
2022년 04월 29일(금) 03:00
‘생명의 길 초록 발자국’은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교단의 한국교회 탄소중립 캠페인 설명회 책자의 표지글 제목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 교단 총회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결의하고 그 실천 사항들을 설명하고 협약식을 가졌다. 내용 중에 한반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이 있는데 멸종위기 1급이 60여 종, 2급은 207종으로 나온다. 차근차근 읽어 보니 처음 듣는 동물이나 곤충들의 이름도 있지만 나에게 익숙한 이름들이 훨씬 더 많았다. 물론 나열된 것들이 바로 멸종되어 버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너무 무관심했던 나를 일깨우기에는 충분했다.

나에겐 자연을 바라보며 마음 아팠던 순간들이 있다. 산불로 인하여 나무와 숲이 순식간에 타 버리고 검게 그을린 모습을 보았을 때, 강변을 걷다가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들을 보았을 때, 유조선이나 큰 배들이 바다에서 좌초되거나 사고를 당하여 기름 유출로 인해 새들이나 동물이 기름에 범벅이 되어 죽어 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이다. 산불의 경우는 자연 발화도 있으니 모두가 인재라고 볼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대부분이 사람의 잘못으로 인하여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해변가로 쓰레기가 얼마나 밀려 오는지 알 수 없다. 이렇게 내버려 두어도 되는 것일까? 우리의 후손들은 환경에 적응하며 살면 되는 것일까?

일본의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애니메이션 감독이 있다. 그의 작품 중에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의 많은 작품들이 그렇듯 일본의 세계관과 다신적 종교관을 많이 반영하고 있어 기독교인들에게 블랙리스트 순위에 손꼽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들에 맞서 자연이 저항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인간이 개발을 통해 자연을 훼손하든 파괴를 하든 아무런 의미도 없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니라 저항하며 사라져 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작가는 개발을 전적으로 막으려 한다기 보다는 가치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면 공존에 대한 것들도 검토하고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긴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완전히 그 이전의 삶을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에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 하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 자연 환경은 나아졌다는 글을 종종 보게 된다. 공기가 맑아졌다고도 하고 보이지 않던 동물들이 돌아왔다고도 한다. 이러한 사실들을 보면 인간의 이기심은 분명 자연을 훼손하고 있고 무분별한 개발 지향적인 태도는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올 것이다. 자연 만물이 저항을 하든, 인간 스스로 자멸을 하든 그 끝이 암울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기독교에는 사도신경이라는 교회의 공통된 신앙 고백이 있다. 그 고백의 첫 번째는 이렇다.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새 번역) 이 고백 속에는 하나님을 창조주로 믿는다는 신앙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폭넓게는 창조된 것을 파괴하는 것은 결국 반신앙적 행위라는 것도 유추할 수 있다. 피조물이 인간만 있는가? 모든 자연 만물이 아닌가? 그런데 인간의 이기심으로 훼손하고 파괴를 일삼는다면 그것 또한 기독교 신앙을 올바르게 이행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겠다. 자연 환경을 아끼고 보존하고 가꾸어 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가는 것이다.

창세기 9장 12절에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나와 너희와 및 너희와 함께 하는 모든 생물 사이에 대대로 영원히 세우는 언약의 증거는 이것이니라” 라는 구절이 있다. 이 말씀은 홍수 심판 이후에 하나님이 다시 약속하는 내용이다. 이 속에는 사람과 더불어 모든 생물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은 진정 우리 인간들이 자연과 더불어 잘 살아가기를 원하신다. 맑은 하늘, 에메랄드빛 바다, 두 손으로 움켜 마셔도 되는 맑은 계곡 물, 지저귀는 새들과 풀벌레 소리, 꽃, 푸르게 변하는 저 산들, 그리고 그 속에서 감탄하며 행복한 삶을 누리는 우리 모두를 보며 하나님은 웃으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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