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2022년 04월 27일(수) 05:00
제20대 대선이 끝난 지 50일이 지났다. 국회 의석수 170석이 넘는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하면서 정권은 5년 만에 보수 정당으로 넘어갔다. 대선 과정에서 ‘혁신과 개혁’을 외쳤던 민주당은 패배 이후에도 이렇다할 변화를 이뤄 내지 못하고 있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한때는 ‘20년 집권론’을 꺼내 들었던 거대 여당이다. 허무하게 정권을 뺏기고도 철저한 반성이 없다는 것은 5년 전 차디찬 광장 바닥에서 촛불을 들고 문재인 정부를 만들어 준 민심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지금은 정권을 넘겨준 원인과 배경에 대해 통렬하게 자성하고 비판해야 할 시점이다. 한데도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국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검찰 개혁에 대한 당위성은 충분하지만, 진보 정당이라고 하는 민주당이 ‘꼼수 탈당’에 ‘사보임’에 못난 짓만 골라서 하고 있다.

여태껏 무엇을 하고, 정권 교체기에 조급하게 서두르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또한 그 논란의 중심에 민주당 텃밭인 광주 지역 국회의원들이 두 명이나 포함돼 실망스러움을 더해 주고 있다.

최근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인터뷰 내용이 눈에 띄었다. 민주당의 대선 과정을 복기하고 패인 등을 진단하는 내용이었다. 어찌 보면 ‘박용진의 징비록’이었다. ‘징비록’(懲毖錄)은 조선의 문신 유성룡이 임진왜란·정유재란에 대한 경험과 사실을 기록한 책이다.

징비는 중국 고전 ‘시경’에 나오는 ‘스스로를 미리 징계해서 후환을 경계한다’는 의미의 문장에서 따왔다. 방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왜구에 의해 유린당한 왜란의 경험을 교훈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경계하자’는 뜻에서 책의 제목으로 사용됐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혹독한 내부 진단과 토론을 통해 징비록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가오는 지방선거, 나아가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개혁과 혁신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진보·중도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수권 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cki@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