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 757일
2022년 04월 19일(화) 03:00
지난 2020년 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원인 불명 폐렴’이 집단으로 발생해 조사 중이라는 뉴스를 접할 때만 해도 ‘강 건너 불’이거니 여겼다. 그러나 불똥은 한순간에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번졌다. 코와 입을 가리는 마스크는 집 밖으로 나오는 순간 없어서 안 될 필수품이 됐다. 시간이 흐르며 생소하던 자가 격리와 밀접 접촉자, 사회적 거리 두기, 역학 조사, 선별 진료소, 재택근무와 같은 용어에 차츰 익숙해져 갔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차인 올해 들어 위기감이 고조됐다. 지난 1월부터 전국적으로 확진자 수가 급속하게 늘었다. 주위 사람들 가운데서도 확진자가 속출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이 확산세가 빠른 대신 치명적이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18일 0시 기준 총 누적 확진자 수는 국민의 30%가 넘는 1635만 3495명이고, 누적 사망자 수는 2만 1224명(치명률 0.13%)이다

어제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됐다. 2020년 3월 시행된 지 757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820일만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걸어서 간신히 빠져나온 느낌이다. 사적 모임 인원 수나 영업시간 제한이 없어지면서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일상이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동안 큰 타격을 입었던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풀렸으면 한다.

그렇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아직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전환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재확산이나 가을철 대유행을 우려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제한됐던 일상을 누리면서도 지금껏 해 온 대로 ‘생활 속 방역 수칙’을 지키는 기본 자세는 견지해야 한다.

요즘 겨울을 이겨 낸 나무들이 연초록 새잎을 띄우고 있다. 봄 햇살에 반짝이는 생명의 빛깔은 경이롭고 찬란하다. 우리들 역시 코로나19라는 오랜 겨울을 이겨 내고 새 봄을 맞았다.

“…하 연둣빛 새 이파리/ 네가 바로 강철이다/ 엄혹한 겨울도 두터운 껍질도/ 제 힘으로 뚫었으니/ 보드라움으로 이겼으니” (박노해 ‘강철 새잎’ 중)

/송기동 예향부장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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