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간의 정의
2022년 04월 14일(목) 01:00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 누구라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아마도 여행일 것이다. 거대한 자연을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유럽·미국 등의 선진 도시를 둘러보는 것 역시 재미있다. 도시 자체가 거대한 관광자원이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도시는 질서 정연하고, 각 시기별 역사자원이 보존돼 있으며, 공원·광장과 박물관·미술관·역사관 등 공공시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자동차보다는 자전거·보행을 중심으로 한다.

도시가 부동산 시장이 돼 버린 우리의 현실과 너무도 다르다. 왜 우리의 도시는 이렇게 됐을까. 먼저 일제강점기의 도시 개발은 철저히 돈벌이가 그 목적이었다. 도시 내 하천이나 저수지 매립, 읍성 밖 농지나 임야의 형질 변경, 조선 고유 자원의 파괴와 훼손 등을 통해 공장·주택·시설 등을 조성했다. 그 과정에서 싼 값에 공유지를 매입한 일본 기업과 일본인들은 큰 돈을 벌었다.

해방 이후 도시는 농촌 인구의 이동, 급속한 인구 증가 등으로 주택 수요가 폭발했다. 정부는 택지 개발과 주택 건설을 촉진하는 법까지 제정하며 외곽 택지를 조성해 나갔다. 저렴한 토지는 공기업을 거쳐 아파트로 개발됐으며, 토지 소유주, 공기업, 건설업체 등은 대규모 수익을 거뒀다. 도심은 중심성이 취약해졌고, 노후 기반시설에 대한 공공 투자마저 지연되면서 쇠락해 갔다.

2000년대 들어 소득이 높아지고, 좋은 주택에 대한 욕구도 커졌다. 금융권의 거대 자본까지 도시 공간에 눈독을 들였고, 쉽게 자금을 얻게 된 건설업체와 투기 세력은 주택을 한낱 상품처럼 거래하기 시작했다. 가격을 마음껏 올리고, 다수의 아파트를 보유해 호가를 높였다. 정부는 규제 완화로 고층 개발을 부추겼고, 도심 불량 주택 재개발에 불이 붙었다. 학교·교회·공원, 도심 자투리 토지 등에도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도시는 모두가 사는 공간이다. 개발 역시 시민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지방자치, 지방분권은 도시 공간에서 체현돼야 한다. 중앙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험하는 곳이 아니라는 의미다. 아파트 개발과 거래로 얻어지는 과도한 수익은 환수해 시민 모두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 쓰여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도시 공간의 정의다.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chadol@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