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2022년 04월 13일(수) 02:00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세로 접어들고, 해외 언론에서 한국이 ‘세계 첫 코로나 엔데믹(endemic)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엔데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엔데믹은 학문적 용어로, ‘특정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을 뜻한다. 풍토병이 된다는 건 예측과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 된다는 의미다. 코로나19도 이제 독감처럼 때가 되면 예방 주사를 맞고, 확진이 되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관리가 되는 단계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엔더믹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선 백신 접종률이 높아야 하고, 일상 의료 체계에서 치료가 가능해야 하며,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치료제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집단 면역도 중요한 요소다. 한국이 세계 첫 코로나19 엔데믹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이 같은 점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의과대학 전염병 전문의인 모니카 간디 교수는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면서 “높은 백신 접종률, 공중 보건 시스템에 대한 높은 신뢰 등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국내 백신 접종 완료자는 90%에 이르고, 누적 확진자 수도 국민의 30%를 차지한다. 무증상자나 미검사자까지 합하면 40% 정도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집단 면역까지는 요원하지만, 그만큼 많은 국민이 면역력을 갖춰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언제쯤 엔데믹이 될지 명확한 시점을 알기는 어렵다. 엔데믹이 되더라도 바이러스가 영원히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새로운 변이의 전파력이나 치명력 등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엔데믹은 아직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따라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섣부른 기대감에 방역 수칙 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고비를 잘 이겨 냈다. 그런 만큼 안전하게 엔데믹을 맞이하는 세계 최초 국가가 될 수 있도록 국민과 방역 당국이 한 번 더 힘을 모았으면 한다.

/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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