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AI 페퍼스 첫 시즌 마무리] 기적의 3승 … 신생팀 ‘매운맛’ 보여줬다
2022년 03월 28일(월) 19:15
“1세트 따기도 힘들 것” 예상 깨고
승점 11점 올리며 선전 펼쳐
즐기는 배구로 활기찬 플레이
배구 불모지 광주에 활력 불어넣어

AI페퍼스 선수들이 지난 1월 19일 열린 기업은행전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 <AI페퍼스 제공>

광주 페퍼저축은행 여자배구단 AI페퍼스가 V리그 첫 항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도드람 2021~2022시즌 V리그 여자부가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조기종료되면서 AI페퍼스의 첫 시즌도 일찍 마무리됐다.

AI페퍼스는 지난해 9월 30일 한국 여자프로배구 7번째 구단으로 창단해 올해 처음으로 V리그에 참전했다. AI페퍼스는 3승 28패, 승점 11점을 획득해 최하위로 시즌을 마쳤다.

AI페퍼스에겐 ‘기적 같은’ 시즌이었다.



창단 당시 AI페퍼스는 시즌 ‘5승’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선전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작았다. 선수 경력과 팀워크, 경험 등 모든 면에서 V리그 ‘최약체’로 꼽혔던 만큼 1승은커녕 1세트를 따는 것조차 힘들 것이란 예측이 중론이었다.

AI페퍼스는 ‘번갯불에 콩 볶듯’ 만들어진 팀이란 오명을 갖고 있었다. 페퍼저축은행이 지난해 5월 10일 광주로 신생팀 연고지를 확정한 뒤 단 5개월만에 창단식을 가졌고, 그 다음 달 곧장 개막전에 뛰어들어야 했다.

신생팀인데다 합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고, 선수층도 얇았다. 신인 6명을 포함해 총 16명으로 간신히 로스터를 채웠고, 평균 나이 21세로 경험도 적은데다 평균 신장 178cm로 피지컬도 밀렸다. 주전 선수도 스타 플레이어는 고사하고 타 구단에서 교체 선수로 활동했던 이들로 구성됐다. 세터 박사랑이 시즌 시작 전 부상으로 결장하는 등 악재도 잇따랐다.

AI페퍼스는 1라운드가 채 끝나기도 전에 기업은행을 상대로 첫 승을 거두며 매운 맛을 단단히 보여줬다. 이후 17연패 수렁에 빠져 악전고투했지만, 기죽지 않고 4·5라운드에서 기업은행·흥국생명을 꺾으며 3승을 기록, 예상을 뛰어넘는 ‘한 방’을 선보였다.

1997~2005년 수차례 국가대표 여자배구단 감독을 맡아 온 베테랑 김형실 감독의 리더십도 돋보였다.

김 감독은 좋은 성적만을 갈구하는 기존 프로 스포츠의 공식을 버리고 신나는 배구, 즐기는 배구를 목표로 삼았다. 한 점 한 점을 소중히 하고, 실수하더라도 사과하기보다 “다시 하자”고 서로를 다독인 덕분에 선수들은 연일 이어진 패배에도 활기를 잃지 않았다.

AI페퍼스를 통해 기회를 잡은 선수들도 있었다. 이한비·박경현은 31경기에 모두 출전해 각각 262득점(공격 성공률 30.13%), 242득점(35.57%)을 올리며 주전 공격수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신인 박은서는 23경기 101득점(39.57%)으로 활약하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김세인은 리베로로 출전해 민첩하고 센스 있는 디그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AI페퍼스의 선전은 ‘배구 불모지’였던 광주에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코로나19로 페퍼스타디움 전체 좌석 중 20%(600석)만을 개방했던 개막전부터 관중들이 만원을 이뤘다. 50%를 개방했던 ‘크리스마스 매치’ 때도 2430석이 수초만에 매진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페퍼저축은행은 홈 경기 수익금을 화정 아파트붕괴 사고 피해 가족 지원금, 지역 유소년 배구 발전 지원금 등으로 기부하며 선순환을 만들었다.

지난 1월 23일에는 광주에서 프로배구 사상 최초로 V리그 올스타전이 열렸다. 관중 2850명이 페퍼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것은 물론 김연경 등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 등이 광주에 모이면서 배구 열기를 끌어올렸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