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실종
2022년 03월 18일(금) 02:00
올해 들어 전국 지방마다 공통으로 다뤄지는 뉴스가 있다. 바로 꿀벌 집단 실종 사건이다. 수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발생해 온 것으로, 극단적인 환경론자들은 자연 재앙의 전조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에도 꿀벌 실종 사건이 나오는데, 죄를 범한 인간에 대한 신의 분노로 묘사된다. 오르페우스와 결혼한 에우리디케가 산책을 나갔다가 자신을 쫓아오는 아리스타이오스를 피해 도망치던 중 뱀에게 물려 죽는다. 그리스 최고 시인이자 음악가인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애도하는 노래를 부르며 저승 세계까지 내려가, 죽음의 신 하데스를 감동시켜 에우리디케를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하지만 ‘저승 세계를 완전히 벗어나기까지는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어기는 바람에, 결국 아내를 데려오지 못해 비탄에 빠져 죽고 만다.

그리스 신화 가운데 가장 많은 예술 작품으로 승화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일화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아리스타이오스에 대한 신의 저주이다. 양치기이자 꿀벌치기를 하는 아리스타이오스가 에우리디케의 미모에 빠져 치근덕거리는 바람에 애먼 사람이 죽자 분노한 신이 벌떼를 모두 죽였다는 것이다. 아리스타이오스는 해결책을 찾아 헤매다 바다의 신 프로테우스로부터 비책을 듣는다. 프로테우스는 에우리디케의 죽음으로 신들이 노해서 벌떼가 전멸했으니 ‘황소 네 마리와 송아지 네 마리를 제물로 바치고, 검은 양 한 마리를 슬픔에 빠진 오르페우스에게 보내라’고 알려 준다. 아리스타이오스가 비책을 행하니, 꿀벌들이 다시 나타났다는 이야기이다.

올봄 광주에서도 96개 양봉농가의 벌통 1만 6500여 개 중 절반이 넘는 8700여 개가 텅 비는 꿀벌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벌이 사라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지구온난화가 지목된다. 온도가 높아지면 병충해 발생, 농약 사용, 앞당겨진 개화 시기에 따른 생육 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벌의 생존율이 떨어진다. 벌이 사라지면 식물의 꽃과 열매가 줄어들어, 종국에는 식량 위기에 봉착한다는 게 환경론자들의 주장이다. 결국 지구온난화라는 재앙을 해결해야만 꿀벌이 돌아올 것이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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