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데자뷔’
2022년 03월 16일(수) 08:00 가가
2012년 12월 말이었다. 연말연시 분위기에 들떴을 법한 광주 시내가 어느 순간 ‘침묵의 도시’가 되었다. 성탄절이면 거리마다 울려 퍼지던 캐럴 소리도 사라졌고, 사람들 사이에 대화도 없어졌다. 광주뿐만이 아니었다. 전남과 전북 등 호남 지역 대부분이 그랬다.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2012년 12월 19일 이후 호남의 표정이었다.
당시 선거 결과 호남 지역민들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90%가 넘는 표를 몰아줬다. ‘정권을 다시 한번 가져오자’는 호남 표심이 뭉치면서 몰표를 몰아준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3.53% 포인트의 차이로 패하고 말았다. 몰표를 몰아주면서까지 정권교체를 기대했던 지역민은 허탈감과 상실감에 빠졌다.
엊그제 끝난 제20대 대선 결과를 보고 있자니 ‘데자뷔’처럼 제18대 대선이 떠올랐다. 이번 대선도 제18대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호남은 고립된 섬이 됐고, 지역민들은 상실감과 허탈감에 어찌할 줄 몰랐다. 특히 역대 대선에서 가장 적은 표 차이(24만7077표)로 패한 것에 더욱 억울해하고 분노했다. 이런데도 대선에서 패한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분위기다. 당 지도부가 총 사퇴했지만, 내부적으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역대 최소 표차 패배, 최다 득표 낙선 등이 근거다.
국민들이 수개월간 차디찬 거리에서 촛불을 들어 만들었던 정부다. 그리고 과반을 훌쩍 넘는 172석의 의석까지 몰아 줬다. 그런데도 정권 재창출을 이뤄 내지 못한 여당이 ‘졌잘싸’라고 하는 것은 변명거리가 안 된다. 특히 몰표를 몰아 준 호남 표심과 선거 과정에 총결집한 지지층·진보층 민심을 사실상 조롱하는 것이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전열을 정비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신뢰가 가지 않는다.
18대 대선 이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호남은 ‘녹색(국민의당) 돌풍’의 진원지가 됐다. 민주당은 당시 광주·전남에서 겨우 한 석을 얻는데 그쳤다. 대선에 패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민주당에 호남 민심은 가혹한 ‘회초리’를 들었다. 민심은 그만큼 냉정하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
엊그제 끝난 제20대 대선 결과를 보고 있자니 ‘데자뷔’처럼 제18대 대선이 떠올랐다. 이번 대선도 제18대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호남은 고립된 섬이 됐고, 지역민들은 상실감과 허탈감에 어찌할 줄 몰랐다. 특히 역대 대선에서 가장 적은 표 차이(24만7077표)로 패한 것에 더욱 억울해하고 분노했다. 이런데도 대선에서 패한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분위기다. 당 지도부가 총 사퇴했지만, 내부적으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역대 최소 표차 패배, 최다 득표 낙선 등이 근거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