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시진핑
2022년 03월 15일(화) 02:0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이 3주째 지속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세계 2위의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러시아가 침공 2~3일 내에 우크라이나를 장악하고 친러 정권을 세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군과 시민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정점으로 강하게 저항하면서 러시아 군은 수도 키이우는 물론 다른 주요 도시를 장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년 넘게 장기 집권하며 구 소련의 재현을 꿈꾸는 러시아의 ‘차르’(황제) 푸틴 대통령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여기에 명분 없는 전쟁은 전 세계적 반발을 불러 러시아를 국제 사회에서 고립시키고 있다. 서방의 강력한 경제적 제재로 민생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은 물론 자국 내 반전 시위도 확산하고 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핵 카드마저 언급하자 일각에서는 그가 ‘오만 증후군’(hubris syndrome)에 빠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장기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자아도취나 과대망상 등에 빠져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러시아 차르의 모습은 중국의 ‘시황제’로 평가되는 시진핑 주석과도 겹친다. 세계적 스트롱맨(권위주의적 지도자)인 시 주석이 집권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 간다. 올해 세 번째 주석 연임은 물론 종신 집권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을 바라보는 세계의 눈길은 그리 곱지 않다. 과거 중국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중국몽’(中國夢)에 사로잡혀 패권주의적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요구를 힘으로 관철하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역사 왜곡의 동북공정(東北工程)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러시아를 두둔하는 중국의 모습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패권주의에 기반한 오만과 고립은 결국 그 체제의 붕괴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는 것은 인류의 역사가 증명해 왔다. 대국은 결코 힘이 아닌, 공존의 평화를 이끄는 역할로 평가받는다는 점을 푸틴과 시진핑이 되새기기를 바란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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