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馬韓)
2022년 03월 14일(월) 05:00
광주·전남 지역 고대사의 뿌리인 마한(馬韓)은 역사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백제가 영토를 잠식해 소멸한 탓에 우리 역사서에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다. 학계에서 현재까지도 논쟁 중인 사안은 통설로 굳어진 마한의 멸망 시기다. 마한 병합 통설은 1959년 이병도 박사가 제기했다. 그는 일본 역사서인 ‘일본서기’ 신공기 49년조를 들어 백제가 마한을 병합한 시기를 근초고왕 24년(369년)으로 보았고 공략 지역도 전남 지역 마한 잔읍(殘邑)으로 해석했다.

한데 ‘일본서기’ 신공기 49년조는 적잖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서기’의 연대로는 249년에 해당하지만 ‘삼국사기’ 백제 본기와 비교하면 120년 차이가 난다. 학계에서는 심각한 연대 차 때문에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픽션으로 보기도 한다. 마한 병합 통설은 영산강 고대문화를 상징하는 옹관 고분 등 광주·전남 지역 고대사를 오독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마한 병합 통설은 1996년 복암리 3호분 96석실의 발굴로 통설의 지위를 잃었다. 옹관묘를 주 묘제로 사용하던 영산강 토착 세력(마한)이 6세기 초까지 자신들의 전통을 유지하며 독자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고고·역사학계에서는 이 발굴을 토대로 근초고왕 마한 병합설을 부정하는 수정론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말 마한사 재조명 사업의 전기가 마련됐다. ‘역사 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마한 역사문화권에 기존에 포함된 전남에 이어 광주가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이는 ‘마한’이 대한민국 법조문에 처음 수록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법안이 발효되면 국가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발굴과 보존 등 마한 역사문화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광주일보사는 창사 70주년을 맞아 (재)호남문화재연구원과 ‘한국 역사문화권의 성격과 의미’를 주제로 문화 강좌를 공동 개최하고 있다. 강좌는 오는 6월 24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2시∼5시 전일빌딩245 다목적 강당에서 진행된다. 국내 고고·역사학계를 대표하는 석학들이 강단에 선다. 마한사를 비롯해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윤영기 특집·체육부장 penf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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