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힘
2022년 03월 10일(목) 04:30
제2차 세계 대전이 배경인 영화 ‘피아니스트’를 본 사람이라면 작품 속에 흐르던 쇼팽의 음악을 잊을 수 없다. 영화의 도입부, 주인공 스필만이 폴란드 국영방송국에서 폭탄 소리를 들으며 ‘녹턴’을 연주하는 모습이나, 도망 중 독일 장교를 만난 그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연주하던 ‘발라드 1번’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피아니스트’는 폴란드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1911~2000)의 수기가 원작이다. 영화를 만든 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어머니와 여동생 역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었다.

최근 우크라이나 소년의 연주 영상이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폭격과 함께 공습 경보가 울리는 상황에서 텅 빈 호텔 로비 피아노 앞에 앉아 담담히 연주하는 소년의 모습을 외신 기자가 촬영, SNS에 올려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소년이 연주한 곡은 드라마 ‘루프이야기’(2020)에 삽입된 ‘학교 가는 길’(Walk to School). 이 곡을 만든 세계적인 작곡가 필립 글래스는 “이 음악이 정치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미 그렇게 됐습니다. 무고한 사람들이 우리가 절대 마주하기 원치 않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공동 작곡가인 폴 레오나르드 모건 역시 “누군가 삶의 가장 끔찍한 순간에 우리 음악으로 위안을 얻었다는 데에 말 못할 감동을 받았다. 음악은 모든 경계를 넘어서는 힘이 있는 듯하다”고 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최근 연주회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 노란색 드레스를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우크라이나 작곡가 니콜라이 카푸스틴의 곡으로 지난해 음반을 발매했던 그는 SNS에 “우크라이나 땅에 한시라도 더 빨리 평화가 찾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평화를 기원했다.

광주의 예술가들도 광주정신 메이홀에서 ‘NO WAR-우크라이나에 평화를’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작가들 뿐 아니라 시민들 누구나 평화와 반전의 메시지를 담은 그림과 글 등을 내걸 수 있는 전시다. 평화의 정신은 예술을 통해 멀리 퍼져 나간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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