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간지풍(襄杆之風)
2022년 03월 08일(화) 04:00
전통 농경사회에서 대보름에 쥐불놀이와 함께 논두렁 태우기가 성행했다. 국가적 목표를 식량 증산에 두었던 시절에도 이러한 관행은 이어졌다. 줄무늬잎마름병을 옮기는 애멸구 유충을 박멸하기 위함이었다. 다행스럽게 요즘은 봄철 산불 예방을 위한 홍보 덕분에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일 년 중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때가 건조한 기후의 3~4월이다. 산림청의 ‘2020년 산불통계 연보’에 따르면 전체 산불 620건 중 58%(3월 28%, 4월 30%)가 봄철에 발생했다. 3월 산불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입산자 실화(32%), 쓰레기 소각(18%), 담뱃불 실화(13%) 논·밭두렁 소각(12%), 성묘객 실화(2%) 순으로 나타났다. 산불 발생의 대다수가 사람들의 부주의한 실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봄철 동해안 지역에서 발생하는 산불이 대형화되는 까닭은 국지적 강풍과 연관돼 있다. 백두대간 동쪽에 위치한 영동 지방 양양과 간성의 첫 글자를 따서 ‘양간지풍’(襄杆之風)이라고 부르는 국지성 강풍이다.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백두대간을 넘으면서 고온건조한 강한 바람으로 바뀐다고 한다. 2020년 3월 발생한 ‘울주 산불’ 당시 풍속은 초속 19.2m에 달했다. 동해안 국지성 강풍으로 인한 산불 발생의 역사는 ‘1524년 3월에 경포대와 민가 224호가 소실됐다’고 사서에 기록돼 있을 정도로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 경북 울진 등지에서 대규모 산불이 잇따라 산림청과 지자체 등이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산불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50년만의 겨울 가뭄과 강풍을 꼽으며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침엽수림 군데군데 내화수(耐火樹)를 심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강풍 속에서 대형화되는 산불을 조기 진화하기 위해서는 소방 헬기 외에 대용량의 소화액을 뿌리는 대형 소방 항공기 도입도 필요하다.

시골에서는 ‘산불 감시’라는 빨간 삼각 깃발을 달고 담당 지역을 순찰하는 산불 감시원 차량을 자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건조기인 요즘, 산불 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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